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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 Environ. Res > Volume 60(3); 2022 > Article
중년여성의 비혼자녀 주거독립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experience of middle-aged women, centering on the home as the residence of never-married children. I conducted interviews with four such women in their 50s and 60s who had experienced the residential independence of never-married children within the past five years, and a variety of field texts were used as research texts. Through reconstructing the participants’ experiences, two main themes emerged: experiencing anxiety regarding alienation from their child and expecting to resolve this anxiety through the marriage of their child. The participants were anxious about their never-married children, and this study found that at the root of this was anxiety regarding being alienated from their children. The participants often attempted to visit their children’s homes to relieve such anxiety but, as their children often discouraged this, the situation was aggravated. Thus, the participants wished for their children to marry, as they aspired to restore an intimate relationship with them through such an event. These results imply that tensions and conflicts between parents and children may arise due to the independence of never-married children.

서론

가족은 다양한 생애사건을 경험하면서 변화하며, 가족원의 삶도 다방면에 걸쳐 재구조화된다. 가족이 경험하는 생애사건 중에서 자녀의 주거독립은 중년기 부모가 경험하는 규범적인 생애사건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자녀의 주거독립은 자녀 스스로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애사건으로,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국내 선행연구에서는 자녀의 주거독립이 어머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Ha & Chung, 2008; Park & Choi, 2016). Ha와 Chung (2008)은 어머니가 자녀의 주거독립에 적응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병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외국의 선행연구를 보면 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부모는 개인의 성장,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워서 독립시켰다는 감정 등 긍정적인 정서를 보고하였다(Mitchell & Lovegreen, 2009). 호주의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중년여성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상의 혼란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Dennerstein et al., 2002). 이처럼 자녀의 주거독립이 중년여성에게 긍정적인 생애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빈둥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낮아졌다.
자녀의 주거독립 경험을 주관적 웰빙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중년기 부모의 심리적 발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주거독립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자녀의 유학이나 입대, 결혼 등으로 자녀와 분리 경험을 한 중년여성을 인터뷰한 결과에 의하면 중년여성은 자녀와의 분리 경험에 대해 시원섭섭함이라는 양가감정을 드러내면서 서글프면서도 기쁜 홀로서기의 과정을 경험하였다(Shin et al., 2005). 이를 통해 중년기 부모가 경험하는 자녀의 주거독립을 긍정 또는 부정의 이분법적인 분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녀의 주거독립과 관련하여 기존 연구에서는 가족생애주기를 주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족생애주기는 개인생애과정과 가족생애과정의 조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론적 함의가 있는 개념이다(Chin et al., 2014). 자녀의 주거독립은 가족생애주기에서 가족독립기의 출발점이 되는 생애사건으로, 자녀독립기에 대해 외국에서는 ‘leaving home’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결혼에 더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자녀의 주거독립이 결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Gong 등(1987)은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성인 자녀의 주거독립과 결혼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결혼규범이 약화되고,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자녀가 결혼하지 않고 집을 떠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성인자녀의 주거독립과 결혼을 분리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지역의 1인 가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된 주된 이유 중에 ‘결혼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25.7%를 차지하였다(Ha et al., 2014). 이러한 결과는 장기적 전망의 비혼도 자녀의 주거독립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생애사건이 사회규범과 사회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규범과 관련하여 부모세대는 자녀세대보다 결혼규범이 상대적으로 강하며(Statistics Korea, 2018), 자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가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자녀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 곁을 떠나려 하는 것을 비규범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성인기의 비규범적인 사건이 성인기 발달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Baltes, 1993)을 고려한다면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부모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요구된다. 그리고 사회구조의 변화와 관련해서 한국사회의 개인화는 미혼율의 상승, 1인 가구의 증가를 특징으로 하는데(Kim, 2017),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은 개인화된 사회의 특징을 아우르는 생애사건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비혼자녀의 주거독립 경험과 관련하여 한 가지 고려할 점은 부모의 성(性)이다. 자녀의 주거독립이 중년기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외국의 실증연구에서는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자녀의 주거독립으로 인한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Mitchell & Lovegreen, 2009).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자녀의 주거독립으로 인한 부모역할의 변화가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유사한 맥락에서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도 어머니에게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여성의 일·가족양립 갈등 수준이 남성보다 높다는 연구결과(Song et al., 2010)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노동시장과 가족이라는 두 영역에서 선택을 강제 받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비혼자녀와 함께 사는 중년여성에게만 주목한 나머지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중년여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개인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시점에서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재탐색하려는 노력은 학문적 시의성이 있다. 중년여성은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하면서 집을 떠난 자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원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시간적 흐름과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일상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중년여성의 주체적 대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선행연구 고찰

1. 자녀독립의 다층적 의미

자녀독립은 심리적 독립, 경제적 독립, 주거독립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심리적 독립(psychological separation)은 청소년기에 직면하는 발달과업 중 하나로서(Lapsley et al., 1989), 미국에서는 80년대부터 심리적 독립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대학생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결과에 주목하면서 심리적 독립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Hoffman (1984)은 심리적 독립이 기능적, 태도적, 정서적, 갈등적 독립의 4개 영역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Hoffman (1984)에 따르면 기능적 독립(functional independence)은 부모의 도움 없이 자기 일을 관리·감독하는 능력을 말하며, 태도적 독립(attitudinal independence)은 자기에 대한 이미지와 자신만의 신념, 가치, 의견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정서적 독립(emotional independence)은 부모로부터의 인정, 친밀감, 정서적 지원에 대한 과도한 욕구로부터의 자유를, 갈등적 독립(conflictual independence)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지나친 죄책감, 불안, 후회로부터의 자유를 나타낸다.
경제적 독립(economic independence)은 자녀가 성인이 되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로서, 전후 서구에서는 20대 중반에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노동시장이 급변하면서 성인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지연되기 시작하였다. The National Longitudinal Survey of Youth (NLSY)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73년에서 2007년 동안 미국에서 청년층의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Sironi & Furstenberg, 2012). 한국에서도 최근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지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은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이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허용적인 분위기로 인해 그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국내 선행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는 자녀교육뿐만 아니라 자녀의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한 지원도 부모가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녀의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해 부모가 일부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어머니는 89.0%, 아버지는 88.6%에 달해(Lee, 2011),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의 결혼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노후 준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자녀의 경제적 독립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였다.
주거독립(residential independence)은 심리적 독립이나 경제적 독립과 달리, 부모와 함께 사는지 여부를 통해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주거독립은 한국적인 맥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영역인데,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된 이후에 자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자녀에게 부모는 의존의 대상이 아닌 부양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Kang, 2018). 그러나 한국에서도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비혼자녀가 증가하면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는 기간이 연장되었고, 자녀와의 동거에 대한 부모의 인식도 변화하였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에 대해 부모의존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Kang, 2018; Lee et al., 2011; Sung et al., 2017). 그러나 자녀의 주거독립에 대한 선행연구는 독립하지 못한 자녀와 그들 부모의 경험에만 주목한 나머지, 독립한 자녀와 이들의 부모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다. 한국사회에서 자녀의 주거독립이 과거와는 다른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에 대한 경험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Jung과 Lee (2011)의 연구에서 묘사된 것처럼 자녀의 주거독립은 일회성에 그치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으며, 독립 이후의 가족관계가 이전과는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앞서 살펴본 자녀독립의 세 가지 측면은 상호관련성을 지니기 때문에 주거독립만을 분절적으로 살펴볼 수 없다.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사는 경우에 심리적 독립의 하위요인인 갈등적 독립 수준이 높다는 결과(Koh & Kang, 2003)는 주거독립과 심리적 독립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거독립이 곧 경제적 독립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거나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살더라도 경제적인 의존은 계속되는 등 주거독립과 경제적 독립의 관계는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자녀의 주거독립은 심리적 독립이나 경제적 독립과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자녀의 주거독립과 결혼규범

자녀의 주거독립은 규범성, 지속성의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핵가족이 보편화하면서 자녀가 결혼하면서 분가하는 것에 대해 부모는 규범적인 생애사건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비혼자녀와의 동거에 대해 불편해하는 부모가 자녀가 결혼해서 집을 떠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자녀의 결혼을 통한 주거독립이 규범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만약 비혼자녀, 특히 딸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떠나려 한다면 자녀의 주거독립에 대해 부모는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실제로 비혼자녀의 결혼에 대한 인식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비혼자녀는 부모가 섭섭하지 않을 이유가 있어야만 부모 집을 떠날 수 있었다(Park, 2017). 이러한 결과는 비혼자녀가 주거독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나 심리적 애착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특정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 입대나 학업 등으로 인한 주거독립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주거독립은 특정한 시기에 한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속성을 갖는 주거독립과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자녀의 주거독립 이유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주로 1인 가구 연구와 중첩되어 있다. 1인 가구를 형성요인, 인구학적 특성,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라 분류한 Byun 등(2008)은 자발적 1인 가구를 ‘주로 3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부모 세대로부터 독립하면서 형성된 1인 가구’라고 정의하였는데,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은 자발적 1인 가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부산지역의 1인 가구 형성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직장 때문이라는 응답이 27.7%로 가장 높았으며, 이혼(20.4%), 자발적 비혼(14.3%), 비자발적 비혼(11.4%)이 그 뒤를 이었다(Ha et al., 2014). 여기서 비혼의 자발성 유무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비혼이 직장 사유 다음으로 1인 가구가 형성된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자녀가 주거독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Jung과 Lee (2011)의 연구에서는 비혼자녀는 주거독립을 통해 친밀성의 재배치를 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친밀성의 대상은 부모를 포함한 원가족이며, 주거독립을 통해 원가족으로부터 탈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가족 내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권력관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주거독립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혼규범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결혼규범은 결혼시기, 결혼조건, 결혼상대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Eun, 1995). 과거에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결혼시기, 즉 결혼의 연령규범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었다. 결혼의 연령규범은 중요한 생애사건이 발생하는 적절한 시기가 존재한다는 사회규범의 기본 아이디어를 따르기 때문에(Billari & Liefbroer, 2007), 개인의 역할과 전이의 예측 가능한 시간표를 설정함으로써 생애과정을 제도화하게 된다(Tosi, 2017). 결혼의 연령규범에 따르면 결혼적령기가 있어서 이를 기준으로 결혼을 제때 했는지를 판단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결혼의 연령규범이 중요했던 이유는 결혼이 주거독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녀가 결혼하면서 집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혼의 연령규범은 자녀의 주거독립 시기와 동일선상에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만혼이나 비혼 등과 같은 사회현상은 결혼의 연령규범이 시의성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며, 결혼해야 한다는 전제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결혼규범의 변화는 결혼에 대한 태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18년 사회조사 결과(Statistics Korea, 2018)를 보면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이 2010년 64.7%에서 2018년 48.1%로 낮아져 결혼에 대한 태도가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결혼규범의 변화는 자녀의 결혼시기와 주거독립 시기의 불일치를 초래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비혼자녀 주거독립에 대한 논의는 자녀 결혼에 대한 태도나 규범과 관련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혼규범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연령대에 따라 결혼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으로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 33.5%, 30대 36.2%, 40대 41.9%, 50대 55.7%, 60대 이상 71.2%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Statistics Korea, 2018). 물론, 과거와 비교해 결혼이 필수라는 인식이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50대 이상은 다른 연령대보다 결혼규범이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WinGKorea Consulting, 2017).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결혼 가치관 차이는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3. 개인화된 사회에서의 중년여성

개인화는 사회재생산의 단위로 개인이 선호되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Beck, 1992). 개인화의 영향으로 개인은 자기 삶을 책임지도록 강제받으며, 불확실성의 증대는 결혼 지연이나 출산 포기 등 가족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개인화 담론은 청년세대와 같은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화 담론이 청년세대에 편중된 것은 2차 근대의 위기에서 청년세대가 새로운 취약계층이 되어 이들을 중심으로 위기의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Blossfeld et al., 2005). 그러나 개인화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화의 경험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보편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청년세대와 같이 가족 외부로 떨어져 나온 세대만을 대상으로 개인화 경험을 살펴본다면 개인화 담론에서 가족이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비혼 청년세대의 공동주거에 대한 사례연구에서 비혼이라는 탈귀속(disembedding)과 주거공동체로의 재귀속(re-embedding)을 통해 가족 이후의 대안적 친밀성을 찾는 것을 한국가족이 더는 가족원에게 친밀성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해석하였다(Kim, 2017). 그러나 60∼70대 여성노인에게 개인화의 양상이 가족 중심적 생존지향형 개인화와 황혼 및 가정 내 이혼형 개인화로 나타나는 것처럼(Shim, 2013), 개인화된 사회의 양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Beck & Bek-Gernsheim, 2002). 따라서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에서도 개인화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개인화 담론에서 중년세대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개인화의 배경이나 그들이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국내에서 여성노인이 경험하는 개인화의 특성을 살펴본 연구(Shim, 2013)도 있는 상황에서 중년세대의 개인화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은 큰 공백이다. 현재 중년기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의 생애과정 배열을 통해 개인화를 살펴본 연구(Lee, 2014)가 있긴 하지만, 이 연구는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 비교적 이른 시기에 경험하는 생애사건에 국한해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즉, 베이비부머가 경험하는 생애 사건은 청년세대의 개인화 경험을 보여주기 위한 비교군으로 설정되어 은퇴, 자녀의 주거독립 등 인생 후반기에 경험하는 생애사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중년기는 제2의 사춘기라고 불릴 정도로 심리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로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벗어나면서 노동시장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더구나 현재 중년세대는 압축적 근대화와 근대성의 전환을 모두 경험한 세대이면서, 동시에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청년들의 부모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년세대가 개인화된 사회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년세대의 개인화 경험이 젠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보면 기존의 남성중심적 개인화와는 달리 여성의 개인화는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Shin, 2012).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노동시장과 가족의 변화를 스스로 조율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Park, 2012), 그 결과로 여성의 일·가족양립으로 인한 갈등 수준은 남성보다 높게 된다(Song et al., 2010). 이러한 측면에서 중년여성은 2차 근대의 위기에서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인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데 적합성을 지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연구방법

1. 내러티브 탐구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내러티브 탐구로 살펴보았다. 이야기(story)가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황과 관련된 것이라면 내러티브(narrative)는 그러한 이야기가 모인 경험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Clandinin & Connelly, 1989; Yeom, 1999).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는 내러티브를 하나의 현상이자 방법으로 보는 질적 연구방법으로(Connelly & Clandinin, 1990), 시간과 맥락에 따른 개인의 경험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삶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Clandinin & Connelly (2000)는 방법론으로서 내러티브 탐구의 철학적 기원을 John Dewey의 경험이론에서 찾으면서 시간성(temporality), 사회성(sociality), 장소(place)의 삼차원적 공간에서 내러티브 탐구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시간성은 경험의 연속성(continuity) 원리에 근거한 것으로 개인의 경험은 시간적 맥락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게 된다. 장소는 상황(situation)에 기반한 것으로 탐구와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에는 구체적, 세부적, 물리적, 위상적인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Clandinin & Rosiek, 2007) 경험의 탐구를 위해서는 장소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어야 한다. 사회성은 상호작용의 원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인적인 조건과 사회적인 맥락으로 구성된다. 개인적인 조건에는 개인의 감정, 욕망 등이 포함되며, 사회적인 맥락에는 가족, 주변인들, 그 밖의 사회적 요인들이 있다. 사회성 차원에서 개인의 경험은 개인적인 조건과 사회적인 맥락의 상호작용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험의 사회적 의미를 성찰할 수 있다. 내러티브 탐구의 특성은 내러티브를 하나의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개인의 삶을 이야기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Lee, 2012). 본 연구에서는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삼차원적 공간에서 다층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그들의 경험을 연속적이고 총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2. 자료 수집

연구 참여자는 연구 참여자 연령, 비혼자녀의 주거독립 시점 및 이유와 당시 연령을 고려하여 모집하였다. 개인발달이론에서는 중년기를 40, 50대로 규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평균수명의 증가와 가족생애주기의 변화로 중년기의 특성이 60대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중년기를 60대 중반까지로 규정하였다. 아울러 비혼자녀가 주거독립하는 연령이 다양화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연구 참여자의 비혼자녀 연령은 주거독립한 시점을 기준으로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게 모집하였다. 비혼 자녀의 주거독립 시점은 오래된 경우에 이야기의 현장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근 5년 이내에 1명 이상의 비혼자녀가 주거 독립한 경우로 연구 참여자를 제한하였다. 그리고 자녀가 학업이나 입대 등으로 부모 곁을 떠나는 경우에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 어렵고 비교적 단기적 조망의 주거독립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업이나 입대 이외의 이유로 자녀가 주거독립한 50, 60대 중년여성을 연구 참여자로 모집하였다.
연구자는 지인에게 연구 참여자 모집문건을 배부하여 연구 참여자 조건에 부합하는 중년여성을 소개받았으며, 연구 참여 동의서에 동의한 연구 참여자와 연구를 진행하였다. 내러티브 탐구에서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관계 맺음을 기초로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소수의 연구 참여자에게 인터뷰하는 것이 적합하다(Clandinin & Connelly, 2000; Ryu et al., 2018). 이에 본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 4명의 비혼자녀 주거독립 경험을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연구 참여자 4명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김은혜는 주부로 목사인 남편의 교회 운영을 돕고 있다. 김은혜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아들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부모에게서 벗어나기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기에 김은혜가 남편이 교회를 옮기면서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아들은 기존에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겠다고 하였으며, 부부만 따로 이사하게 되었다. 대기업 회사원인 아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부모의 형편을 고려하여 기존에 살던 집의 전세자금을 빼서 부모에게 주었으며, 매달 부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용돈을 드리고 있다. 김은혜는 인근 도시에 사는 아들의 집안일을 돕기 위해 자주 찾아가고 싶어 하지만, 아들은 부모의 방문을 반기지 않고 있다.
이은희는 20대 초반에 결혼하여 남편이 3년 전에 환경미화원이 되기 전까지 노점상, 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주된 생계부양자 역할을 하였다. 이은희는 네 딸을 두었는데, 그중에서 첫째 딸과 셋째 딸이 주거독립하였다. 첫째 딸은 진로 문제로 20세에 가출했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2년 만에 부모 곁으로 돌아왔으며, 3년 전에 다시 독립하였다. 셋째 딸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고려해 실업고에 진학하여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직장이 멀어서 2년 전부터 따로 살고 있다. 두 딸 모두 주거독립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셋째 딸은 본인도 월세를 내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첫째 딸과 마찬가지로 인접한 도시에 사는 셋째 딸도 부모가 집에 찾아가려면 세부적인 일정까지 맞춰야 해서 자녀의 집에는 거의 가지 못했다.
박영순은 28세에 교사인 남편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남편은 5년 전에 정년퇴직하여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박영순은 여동생이 운영하는 전당포에서 일하고 있다. 공무원인 아들은 부모와 같이 살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사인 딸은 직장이 멀어서 따로 살고 있다. 딸은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하여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으면서 독립하게 되었으며, 그때 부모가 전셋집을 구해주었다. 박영순은 자녀가 집을 얻었을 때를 제외하면 딸의 집에 간 적이 없으며, 딸이 격주로 주말마다 부모 집에 와서 반찬 등 필요한 것을 가져가고 있다.
정선주는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재작년부터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으며, 남편은 공무원을 정년퇴직하고 작년부터 몸이 불편한 친척을 돌보고 있다. 첫째 아들(37세)은 공공기관에 재직 중으로 4년 전 서울에 원룸을 얻어 독립하였으며, 작년에 부모의 도움을 받아 소형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였다. 둘째 아들(36세)은 회사원으로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정선주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첫째 아들이 걱정되어 보조키를 주면 정기적으로 서울에 올라가서 집을 정리해주겠다고 했지만 첫째 아들은 부모가 자기 집에 오는 것이 싫다면서 보조키를 주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가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시간적 흐름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연구 참여자의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수집해야 하며, 이를 위해 4명의 연구 참여자에게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 2주 간격으로 4회씩 인터뷰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존재론이 인식론을 형성한다는 시각’(Kim, 2012)에 근거하기 때문에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Cole & Knowles, 2001). 따라서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1차 인터뷰 전에 1∼2회의 만남을 가졌으며, 개별 인터뷰 사이에도 문자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를 이어 나갔다. 인터뷰는 연구 참여자의 집이나 근무지, 교회 등 연구 참여자가 친숙한 장소에서 실시하였으며, 연구 참여자의 상황에 따라 인터뷰 장소를 변경하기도 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연구 참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녹음기 2개로 녹음하였으며, 회당 소요시간은 60∼90분 정도였다.
1차 인터뷰에서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준비하여 주거독립한 비혼자녀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2차 인터뷰에서는 시간적 흐름에 따라 비혼자녀가 집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3차 인터뷰에서는 비혼자녀가 집을 떠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구 참여자와 비혼자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4차 인터뷰에서는 연구 참여자와 다른 가족원 간의 이야기로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연구 참여자와 비혼자녀를 둘러싼 가족의 맥락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심층 면접 때마다 연구 참여자의 특성, 면접 환경 특성, 면접 내용, 관찰 내용, 소감 등을 현장노트에 기록하였으며, 연구과정에서 연구자의 단상이나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의 전화나 문자 등으로 이루어진 소통의 내용을 연구노트에 수시로 기록하였다. 자료 수집의 모든 과정은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 받은 후에 진행되었다(IRB No. 1907/003-001).

3. 자료 분석

내러티브 탐구는 Clandinin & Connelly (2000)가 제시한 절차에 따라 현장에 존재하기, 현장에서 현장텍스트(field text)로 이동하기, 현장텍스트 구성하기, 현장텍스트에서 연구텍스트(research text)로 이동하기, 연구텍스트 구성하기 순으로 진행하였다.
첫째, 현장에 존재하기 단계에서 연구자는 연구현장에 들어가면서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하고,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협의하였다. 그리고 연구자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연구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는 Yeom (2002)의 주장에 근거하여 연구 참여자와 연구진행을 위해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할 때 연구자는 자신과 부모의 경험에서 연구가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둘째, 현장에서 현장텍스트로 이동하기 단계에서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와 관계 형성을 시작하였다. Clandinin & Connelly (2000)는 연구자가 연구현장에 깊이 몰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와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연구 참여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셋째, 현장텍스트 구성하기 단계에서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에 형성된 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연구주제에 대한 대화를 통해 현장텍스트를 구성하였다. 내러티브 탐구에서 현장텍스트는 인터뷰 자료에 국한하지 않으며 연구 참여자와의 문자, 전화 내용, 메일 기록 등이 모두 포함된다.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 자료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심층면접 상황을 기록한 현장노트와 연구과정을 기록한 연구노트를 현장텍스트로 활용하였다.
넷째, 현장텍스트에서 연구텍스트로 이동하기 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논문 작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Clandinin & Connelly (2000)가 제시한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였다. 우선 정당화(justification) 측면에서 연구자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연구문제가 갖는 사회적 함의를 고민하였다. 다음으로 현상(phenomena)에 관한 질문으로 현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연구자가 관심이 있는 현상이 무엇인지 수시로 자문하였다. 마지막으로 방법(method) 측면에서는 Clandinin & Connelly (2000)가 제시한 이론적 고려, 현장텍스트에 대한 고려, 분석적 고려를 염두에 두었다.
다섯째, 연구텍스트 구성하기 단계에서는 현장텍스트를 하나의 맥락에서 엮어 연구텍스트가 큰 줄거리를 지닌 이야기가 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 참여자의 비혼자녀 주거독립 경험에서 도출한 주제를 4가지로 정리하였다. 공통적인 경험으로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연구 참여자의 내러티브가 개인의 경험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인 맥락과 관계 맺고 있음을 보여주며(Clandinin & Connelly, 2000; Hong, 2019), 이를 통해 “경험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내러티브 탐구의 존재론적 입장에 다가갈 수 있다(Kim, 2012). 그러고 나서 공통된 주제로 드러나는 경험의 본질을 제시하였다.

연구결과

1. 연구 참여자의 비혼자녀 주거독립 경험

1) 자립의 연장선에 있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

연구 참여자들의 비혼자녀는 주거독립하기 전부터 자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해당 자녀가 다른 자녀나 또래보다 자립적인 성향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성향은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나타났다. 김은혜의 아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혼자 학교에 가는 것이 훈련되어 이후에도 어머니가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했으며, 동급생들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자녀에게 관심이나 도움을 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정선주의 첫째 아들도 자립적인 성향이 강하여 어려서부터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였다. 이처럼 연구 참여자의 비혼자녀는 청소년기에 이미 부모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성향은 이후 비혼자녀의 경제적 독립이나 주거독립의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의존적이지 않아서, 그러니까 뭐라 그럴까 부모님들이 여러 방면에서 이렇게 보호해주고 공급해주고 이런 분들은 이제 (자녀들이) 부모 밑에 계속 있으려고, 부모 둥지 안에 계속 있으려고 하는 건데 저희 아이들은 독립적인 것 같아요. (이은희)
나는 학교를 한 번도 안 가. 우리 아이 수업하는 걸 보러 안 가. 왜? 나는 애가 오지 말래. “엄마, 나 잘할 수 있어. 오지 마.” 이러니까 안 가. 유치원 때부터 훈련이 됐으니까. 근데 (다른) 엄마들이 여기(복도 창문)를 보는 거야. 애는 그게 너무 웃긴 거야. “엄마, (다른) 엄마들이 닭 같아. 물 한 모금하고 이렇게 하고” (김은혜)
자기가 알아서 하니까 (중략) 큰 애 중학교 3학년 때 동남아를 9박 10일인가? 11일? 하여튼 갔다 왔어요. 갔다 왔더니 애가 이제 중학생 이래도 해외에는 겁을 먹었던가 봐. 근데 갔다 오고 나서 이제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러더니 갔다 오면서 비행기에서 딱 내리면서 뭐라 그랬냐면 “엄마, 다음부터는 내가 혼자 돌아다닐게.” 혼자 여행한다는 거예요. (정선주)
비혼자녀의 자립적인 성향은 주거독립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구 참여자의 자녀들은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혼자 집을 알아보고 결정하였으며, 그로 인해 자녀가 얻은 집이 부모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였다. 비혼자녀는 살림살이를 갖추는 것도 스스로 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은희는 첫째 딸이 집을 떠날 때 생활용품이라도 도와주고 싶어 했지만 첫째 딸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면서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였다. 김은혜는 예외적으로 원래 살던 집에서 부모가 나오면서 자녀가 주거독립을 한 경우인데, 그녀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부모 것과 내 것의 구분이 명확하여 부모가 나갈 때도 기존에 사용하던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이 부모 것이라면서 모두 가져가게 하였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사 과정이라든지 준비, 필요한 것도 사주고 싶고 그러잖아요? 너무 독립적이어서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하고 필요한 거 없어요. 다 준비되어 있어요.” 이러고요. (이은희)
저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세탁기를 쓰고 있는데 세탁기를 가져오기 좀 그렇잖아요? 또 뭐라 그럴까 봐 텔레비전을 가져오기도 좀 그렇고. 또 전자레인지라든지 생활용품을 내가 가져오기가, 아이가 쓰니까 내가 그냥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이건 엄마가 쓰던 물건이니까 다 가져가.” (중략) 엄마 물건이고 엄마 이거 사려면 돈 들어가고 하는 거니까 엄마가 다 가지고 가라고 그래요. (김은혜)
연구 참여자들은 자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자녀에 대해 대견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내 자녀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영순은 직장생활과 임용시험을 병행하는 딸을 보면서 자신도 하지 못할 일을 해내는 딸이 무서울 정도였으며, 상대적으로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들과 딸을 자주 비교하게 되었다. 김은혜는 야근하는 아들이 걱정되어 아들이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곤 했는데 아들은 그러한 어머니가 부담스럽다면서 화를 내었다. 김은혜는 아들의 반응을 이해하면서도 자녀를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을 부담이라고 표현하는 아들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였다.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녀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자녀의 자립적인 모습을 부모역할의 상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벌어가면서 공부하니까 (중략) 내 딸이 아닌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나라면 그렇게 못 했을 텐데 내가 어떻게 저런 딸을 낳을 수 있을까? 이럴 정도로 무섭다고 그럴까? (박영순)
엄마가 이러면 자기가 밖에서 늦는 게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엄마가 무조건 들어가서 자야 한다는 거야. 기다리지 말라는 거야. 자기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왜 엄마가 그러냐고. 그러니까 이렇게 적당히 “엄마, 주무세요. 저 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가 아니라 엄마가 왜 그렇게 희생하느냐고, 내가 직장 가서 늦게 오는 거까지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엄마가 그렇게 걱정하느냐, 엄마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이러면서 화를 내는 거예요. (김은혜)

2) 비혼자녀의 주거공간에서 배제되는 중년여성

비혼자녀가 주거독립한 맥락은 다양하지만,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으로 혼자 사는 자녀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의식주에 대한 불안은 자녀 성별에 상관없이 두드러졌다. 부모세대는 자라면서 기본적인 가사노동을 해서 익숙했지만, 자녀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공부만 강조했기 때문에 자녀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였다. 예외적으로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가사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 연구 참여자도 자녀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기는 힘들 거라고 인식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가사노동의 아웃소싱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사서비스의 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 집에 찾아가서 가사노동을 해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내가 며칠 전에도 보조키를 하나 해달라고, 내가 한 달에 한 번은 가보려고. 가서 청소도 좀 해주고, 밥을 집에서 전혀 안 해 먹더라고. 난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정선주)
처음에는 따로 사니까 와이셔츠 다리는 거 애가 잘 못 다리잖아요. (중략) 내가 좀 도와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내가 한꺼번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빨아서 다려주곤 했어요. (김은혜)
의식주에 대한 불안이 모든 연구 참여자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불안이라면, 안전에 대한 불안은 딸이 독립한 경우에만 나타났다. 딸이 독립한 연구 참여자들은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사고에 대한 안전을 걱정하였으며, 여기에는 이성의 접근도 포함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딸의 근무시간 외에는 딸의 안전을 걱정하였으며, 딸이 사는 집이 그나마 안전한 공간이라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박영순은 딸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연락하게 했으며, 이은희는 딸이 혼자 자취한다는 사실을 알면 회사 동료들이 집으로 찾아올 수 있어서 친척 집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말하도록 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미디어 매체에서 나오는 사건·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박영순은 아들이 독립했다면 안전에 대한 불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늦으면 퇴근시간이 있잖아요. 공무원이니까 딱 정해져 있잖아. 그러면 그 시간이 됐는데도 연락이 없으면 불안해요. 그러면 “오늘은 왜 늦는지 좀 연락 좀 줄래?” 그랬더니 부모 마음을 아니까 그렇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지금도 항상 그래요. (박영순)
혼자 자취한다는 것도 회사에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고모 집에 같이 있다는 거로 해서 보호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거죠. (중략) 혼자 자취하는 어린애라고 생각하면 남자들이 생각할 때 훨씬 쉽잖아요. 그리고 접근하기도 좋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계속 주의를 주고 하는데. 어쨌거나 저도 일찍 독립해서 그런지… (이은희)
방송에서 원룸에 사는 여자 현관에 가서 막 문고리 잡아. 엊그제 있던 일이지만 그런 일이 많았을 거예요. 참 불안해. 그래서 아들이 나가서 저렇게 불안할까? (박영순)
딸과 달리 아들이 독립한 경우에는 이성 관계에 대한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김은혜가 아들이 결혼할 때까지 함께 살고자 했던 이유는 아들이 혼자 살면서 문란한 성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주말 아침에 연락도 없이 아들 집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날 아들은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에게 화를 내었지만, 그녀는 아들의 이성 관계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어서 안심하였다.
밤에 혼자 있다 보면 아무나 데리고 와서 잠을 안 자나 이런 것도 걱정이 되고. 안 그럴 거 같지만 그래도 모르잖아요. 내 자녀만 착해, 내 자녀는 절대 안 그럴 거야.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되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 아이도 같은 성인이고, 또 남자애고, 한참 피가 끓는 나이이기 때문에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불시에 내가 한 번 가 보기도 하고. (김은혜)
혼자 사는 비혼자녀에 대한 불안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는데, 그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사는 집에 찾아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자녀가 언제든지 부모 집에 올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모는 자녀 집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혼자 사는 자녀는 자신의 주거공간에서 생활의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다고 인식하였으며, 생활의 주도권을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혼자 사는 자녀에게는 부모가 찾아와서 집안일을 해주는 것조차 자립적인 생활을 침범하는 일이었으며, 그로 인해 부모의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은희는 독립한 두 딸네 집에 찾아가려면 날짜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시간대도 합의해서 정해야 했으며, 그로 인해 자주 방문하기 어려웠다. 김은혜도 사전에 연락해서 아들이 와도 된다고 할 때만 아들 집에 찾아갈 수 있었다. 두 연구 참여자 모두 자녀가 사는 공간에서는 자신이 배제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가 굉장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좋아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엄마가 없다 보니까 조금 안 치워도 되고 (중략) 아이가 바쁘다 보니까 옷도 아무렇게나 해놓고 가면 내가 이렇게 걸어 놓고 좀 치우고 하면 그런 것들이 좀 부담스러웠는지 엄마가 자주 가는 것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더라고요. (김은혜)
제가 가려고 하면 미리 연락하고 날짜를 약속해서 오라는 거예요. (중략) 그렇게 아주 독립적으로 되어 가지고 그 공간은 어떻게 보면 엄마나 가족들은 가끔 초대하는 대상이고. (이은희)
예를 들어서 이 아이가 문자가 와요. 왜냐, 토요일은 예전부터 내가 집에 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엄마, 내 친구가 올 거야. 근데 엄마가 있으면 불편하겠지? 그러니까 오늘은 안 왔으면 좋겠어.”라고 문자가 오더라고요. (김은혜)
부모의 방문에 대한 비혼자녀의 또 다른 반응으로는 부모가 찾아왔을 때 집을 비우는 것이다. 부모가 집 정리를 돕는다는 이유로 자녀 집에 가려고 하면 자녀는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외출하면서 자신의 공간에서 부모와 함께 있기를 회피한다. 정선주는 몇 개월 만에 아들 집에 가서 집 정리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아들은 열쇠만 주고 함께 하지 않았다.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없는 집에서 집안일만 하다가 자녀는 보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험은 자녀 집이 낯선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었으며, 부모가 자녀 집에 찾아가는 것을 지양하게 했다.
응, 갔지. 그 녀석은 누구 만난다고 그러고 열쇠를 줬어. (중략) 놀러 다니고 그렇게 철딱서니가 없어. (중략) 냉동실도 얼어서 얼음이 막 달려 있고. 그런 걸 몰라. 먼저도 가서 내가 다 치워주고 왔는데 또 그러더라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내가 코드를 빼놨지 뭐야. 얼음을 녹이려면. 그리고 정리를 다 해놓고 오다가 보니까 코드를 안 낀 거야. 그래서 내가 전화하니까 안 받아. (중략) 속상하지, 뭐 그냥. 안정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저러고 있으니까… (정선주)
사회적인 변화도 부모가 자녀 집을 찾아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은혜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직장에서의 복장 자유화로 아들이 편한 차림으로 출퇴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의복을 관리하는 데 부모의 도움이 필요 없어졌다. 그리고 근로시간 유연제도로 인해 부모가 자녀의 출퇴근 시간을 파악하기 어려워져서 정기적으로 자녀 집에 방문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제도의 변화는 비혼자녀가 혼자 사는 것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이 단절될 가능성도 커졌다.
예전에는 꼭 와이셔츠를 입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자유복이 됐어요. 그리고 출근시간도 예전에는 딱 8시면 8시, 7시면 7시까지 가야 했는데 지금은 좀 늦게 가도 되고 좀 늦게까지 하고 이렇게 시간이 자유롭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참… 내가 자주 안 가는 게 이 아이를 편하게 해주는구나. (김은혜)

3) 내 편을 만드는 자녀의 결혼, 그러나 강요할 수 없는 자녀의 선택

주거독립한 비혼자녀의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인식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사회의 결혼규범이 변화하여 예전처럼 무조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자기 자녀만은 결혼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어떤 이성과 만나 결혼할지 궁금해 했으며, 김은혜를 제외하면 따로 사는 자녀가 앞으로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혼자 사는 자녀가 너무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걱정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실제로 정선주는 30대 후반까지 결혼하지 않은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독신주의 이런 건 없어요. 요즘 결혼에 대해서 안 해도 좋다 이러는데 자녀들한테 말을 안 하는 거지 사실 다 바라고 있어요. (이은희)
아이들을 아직 치우지 못했잖아. 결혼을 못 시켰잖아요. 그러니까 제일 심적으로 부담되는 게 그게 제일 많이 있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자다가도 깨면 애들 장가 안 들어서 그게 걱정이 되어 가지고 얼른 잠이 안 들어. (정선주)
자녀가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이유는 내 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순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듯이 내 편은 곧 가족을 의미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출생코호트의 특성상 형제가 많았지만, 그 형제들은 가족이 아니었으며, 가족의 범위는 부모, 배우자, 자녀로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자녀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죽는다면 자녀에게는 내 편, 즉 가족이 없기 때문에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것은 힘들다고 보았으며, 김은혜처럼 형제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죽는 것을 경험한 경우에는 내 가족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강하였다.
내 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혼자 남게 되면 내 편이 없잖아. 물론 형제가 있지만, 또 형제는 형제로 끝까지 남을 수가 없는 거야. 내 편이 있으면 내가 없어진다고 그래도 걔의 가족이 내 편이잖아. 마음이 놓일 거 같아. 근데 걔가 결혼을 안 하고 그냥 엄마만 보고 있는데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그럼 홀로 남는 거잖아. 내 편이 없잖아. 내 자식도 없고, 내 남편도 없고. (박영순)
오빠는 일찍 분가해서 혼자 살았는데, 저기 결혼을 안 했죠. (중략)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혼자 있었는데 얼마 전에 한 8월, 7월 29일 저희 오빠가 혼자서, 혼자서 수영장에 갔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저는 되게 결혼에 대해서 진지해요. (김은혜)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가 결혼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였지만 그렇다고 자녀에게 결혼을 강요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결혼에 대한 선택권이 자녀에게 있다는 점을 연구 참여자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녀의 결혼에 대해 신경 쓰면서도 자녀가 어떤 사람을 데리고 올지를 불안해하였다. 게다가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아서 자녀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부족하기 때문에 알아서 하겠다는 자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우리 딸은 누구를 만나고 이게 없어요. 그래서 “아이∼ 우리 딸이 시집을 가려나. 너는 만나는 사람 없냐?” 그러면 “내가 이 사람이다!” 그럴 때 이야기한대. 어휴, 걘 그래. (박영순)
나는 우리 아이 그거를 잘 모르겠어. 내가 보기에 딴 애들도 괜찮은데 한번 만나고 안 만나고 (중략) 저기 해서 하도 그래가지고 한번 보라고 두 번째 보더니 안 보고 그러더라고. (중략) 그러니까 걱정스러워요. 도대체 내가. 나도 내 아들이지만 쟤가 어떤 여성상을 좋아하는지 난 모르겠다니까. (정선주)
웬만하면 지인들을 통해서 소개하고 싶어 하죠. 근데 우리 아이는 그거를 되게 부담스러워하죠. (중략) 저도 주변에 소개하려고 하면 우리 애가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요. (김은혜)
박영순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다름을 알고 있다. 부모세대는 여자 혼자 경제적인 안정을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녀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세대는 여성도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인식하였다. 박영순의 이야기는 자녀들이 경제적인 안정을 얻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고소득·고학력 여성의 비혼 경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때는 내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결혼하지 않으면 사실 내 그 생계라고 그럴까? 살아가는데 어떻게 먹고살 거야. 지금은 애들 같은 경우는 뚜렷한 직장이 있으니까. (중략) (젊은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게) 가능하지. 그러니까 결혼 안 하고 사는 애들도 많고. (박영순)
연구 참여자들이 자녀의 결혼을 원하면서도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자녀가 아무나와 결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결혼이 필수였기 때문에 맞춰서 결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결혼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당장 결혼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영순도 딸이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자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는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옛날 말씀이 그러는데 이제 그게 잘 안되니까. 아무나하고 하나 이거야. 내가 아무나하고 했으면 좋겠냐? 그건 아니지. (박영순)

4) 자녀가 주거독립을 해도 변하지 않는 부부관계의 양상

연구 참여자들은 비혼자녀가 집을 떠나도 부부관계의 양상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통으로 이야기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집에 남아 있는 자녀가 있는지에 따라 자녀독립 후의 부부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White & Edwards, 1990), 김은혜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부부만 남게 되었다고 해서 부부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김은혜는 하나뿐인 아들이 독립했어도 부부가 각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나 대화의 양은 변화하지 않았다. 다른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에도 부부의 삶의 방식이 독립적인 것은 변화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선주는 배우자가 은퇴 후에 하는 일 때문에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으며, 밥을 혼자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영순은 자녀가 집을 떠난 시점에서 남편이 경제활동을 그만두었는데 남편과는 서로 독립적으로 혼자만의 구조화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이 여전히 자기 공부도 해야 하고 책도 봐야 하고. 사회복지도 공부하세요. 그래서 거기 리포트도 써야 하고. 여전히 저희는 각자가 자기 일에 너무 충실한 것 같아요. (김은혜)
침대 머리맡에서 만날 무슨 노트북으로 설교라든지 돌아가는 상황들, 유튜브 이런 거 통해서 들으시는데 저랑 뭐 하는 게 없는 거예요. (이은희)
하기는 나도 혼자, 우리 집 아저씨가 어디 나가지만, 촌에 주로 많이가 계세요. 형하고 같이하는 게 있어서 식사를 거기서 하다시피 하니까 나도 따지고 보면 혼밥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나도 그냥 어떤 때는 빵이나 이렇게 두유 같은 거 있으면 그런 거 한쪽 먹고 그냥 넘기고 막 이렇게 되더라고. (정선주)
여자들이 이미 다닐 데가 다 생겼었거든. 남편 출근하고 난 다음에. 그러니까 여자는 심심하지 않아. 어딜 가도 뭐든지 다 적응해서 하는데 남자들은 그걸 어려워하더라고. (박영순)
박영순은 부모세대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구분되었는데, 그러한 상태에서 중년기에 이르면서 남자는 혼자서 살 수 없는 불쌍한 존재가 되었다고 인식하였다. 반면 여성들은 충분히 혼자서 살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실제로 현재 시점에서 배우자가 주된 생애 일자리에서 은퇴하면서 가구소득에 기여하는 부분이 줄어든 경우에도 어머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구소득에 기여하고 있었다. 결혼 전후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던 연구 참여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노동시장에 관여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노동시장에의 진입과 이탈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결혼할 당시처럼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아 자립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 없어도 뭐든지 다 할 수 있거든. 애도 키울 수 있지, 돈도 벌 수 있지. 뭐 살림도 다 하는데. 아버지는 애도 못 키우지, 살림도 못 하지. 오로지 할 수 있는 거는 돈이나 벌어올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엄마는 정말 씩씩한 거야. (박영순)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처럼 배우자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를 원하면서 배우자가 가사노동에 참여하도록 노력하였다. 박영순은 은퇴한 남편에게 가사노동을 가르치려고 갖은 노력을 했으나 남편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아 포기하였다. 정선주도 남편에게 요리 같은 것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개인화라는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그동안 노동시장과 가족의 두 영역을 조율하던 여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자립적 개인으로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안 고쳐져. 안 고쳐지는 게 어렸을 때 그게 몸에 배야지, 30년을 안 그랬는데 이걸 고친다는 건 있을 수가 없어. 정말 옷 이렇게 벗어놓은 거, 저거를 내가 안 치우고 자기 손으로 집을 때까지 기다려 봤어. 안 치워. 그게 가정교육이 안 돼서 그래. (박영순)
앞으로 시대는 혼밥 시대인, 혼밥 시대잖아요? 그러다 보면 나가서 반찬 사다 먹잖아. (중략) 에이, 그래. 앞으로는 다 사다 먹고 그러면 되는 걸 내가 그런 거 갖고 하니 안 하니 그럴 게 뭐가 있나. 그래서 배워서 하면 좋고 안 해도 할 수 없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정선주)

2. 연구 참여자의 비혼자녀 주거독립 경험의 본질

본 연구에서는 개인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의 상호작용을 드러내기 위해 연구 참여자의 공통된 경험을 내러티브로 재구성하였다. 내러티브를 통해 드러난 연구 참여자의 비혼자녀 주거독립 경험의 본질은 “자녀로부터의 소외에 대한 불안과 자녀 결혼을 통한 불안 해소에 대한 기대”였다. 연구 참여자는 혼자 사는 자녀에 대해 불안을 느끼면서 그러한 불안이 결혼을 통해 해소될 것이라고 희망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자녀에 대한 불안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며,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자녀로부터 소외당하는 연구 참여자 자신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자녀에게 소외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자녀에게 거리감이나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는 그들이 기대하는 정서적 측면의 친밀성이 유지되지 못하자, 자녀에게 가사노동을 제공함으로써 협력적 유대의 측면에서라도 자녀와의 친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비혼자녀로부터 협력적 측면의 유대마저 거부당하면서 연구 참여자는 자녀와의 친밀성 부재로 불안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연구 참여자가 결혼규범의 약화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녀만은 결혼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자녀로부터의 소외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소되지 않아서, 최종 해결책으로서 결혼을 통한 자녀의 지위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 참여자는 비혼자녀가 결혼을 통해 개인적 삶과 가족을 양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인적 삶과 가족이라는 두 영역을 조율하는 것은 연구 참여자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으로, 자녀를 그러한 삶의 방식으로 끌어당김으로써 부모-자녀 간 정서적 유대를 꾀하였다. 그러나 자녀가 결혼하더라도 연구 참여자의 기대가 충족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며, 자녀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끌어당기려는 연구 참여자의 기대는 오히려 새로운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결론 및 논의

한국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은 청년세대만의 경험이 아니라 그들 부모의 경험이기도 하다. 중년여성은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통해 사회구조의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의 경험이 거시적 맥락과 관계 맺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내러티브 탐구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최근 5년 이내에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연구 참여자 4명을 모집하여 이들의 경험을 시간성과 사회성, 장소라는 삼차원적 공간에서 살펴본 결과와 그에 대한 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년여성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Jung과 Lee (2011)의 연구에서 20∼30대 비혼남녀의 주거독립이 원가족에서의 누적된 경험의 결과인 것처럼, 중년여성의 비혼자녀가 부모 집을 떠나게 된 배경에도 원가족에서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서 고려할 점은 원가족에서의 경험만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도 배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0대 자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부모 집에서 내보내는 모습은 자녀를 결혼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년여성에게 결혼규범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중년여성은 혼자 있는 자녀에 대해 다양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우선 의식주에 대한 불안으로, 가사노동의 아웃소싱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년여성은 자녀가 혼자 살기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러한 걱정을 해결하는 방법은 비혼자녀가 사는 집에 찾아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고 집안일을 직접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중년여성이 비혼자녀가 사는 집에 찾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비혼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주거공간에 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다른 약속을 잡아서라도 자신의 주거공간에서 부모와 함께 있기를 회피하였다. 중년여성이 비혼자녀가 없는 자녀 집에서 집안일만 하고 돌아왔을 때, 비혼자녀의 의식주에 대한 불안을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기대한 비혼자녀와의 상호작용은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도 가사노동 아웃소싱의 일환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중년여성은 비혼자녀가 사는 집이 낯설어지면서 그 공간에서 자신이 배제된다고 인식하였다. 그 결과, 중년여성은 비혼자녀의 집에 찾아가는 빈도가 줄어들었으며, 비혼자녀의 의식주에 대한 불안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의식주에 대한 불안 외에 다른 불안은 자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주거독립한 자녀가 아들이면 이성 관계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는데, 자녀가 결혼하기를 원하면서도 이성교제에서는 보수적인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반면 딸에 대해서는 안전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 자녀의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정비하거나,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Chang 등(2011)에 따르면 성인자녀가 혼자 집을 나가는 것에 대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본 연구결과는 자녀가 독립하고 나서도 그러한 태도가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년여성의 불안이 자녀 성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별화된 생애과정(gendered life course)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성별화된 생애과정은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사회제도가 개인의 생애과정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는 점을 전제한다(Moen, 2011). 성별화된 생애과 정에 따르면 동일한 생애사건에 대한 중년여성의 반응이 자녀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은 사회제도, 즉 개인화된 사회가 개인의 생애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중년여성은 결혼규범의 약화를 인지하고 있으나 혼자 사는 자녀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중년여성은 가족의 범위를 부모와 배우자, 자녀로 한정함으로써 자녀가 생식가족을 형성하지 않으면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 가족이 없어지게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인식은 생존의 단위가 개인이 아닌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중년여성에게 가족주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비혼자녀의 결혼은 중년여성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자녀가 결혼함으로써 자녀의 안전에 대한 불안이나 이성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년여성의 불안이 표면적으로는 자녀에 대한 불안으로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자녀에게 소외당하는 자신에 대한 불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면적 불안으로 인해 중년여성은 자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들어간 자녀의 주거공간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되며, 내면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자녀의 결혼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중년여성은 비혼자녀가 결혼하면 혼자일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인적 삶과 가족을 양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비혼자녀의 결혼을 원하는 중년여성의 태도는 비혼자녀를 자신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통해 중년여성이 자녀로부터 소외당하는 자신에 대한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넷째, 중년여성은 비혼자녀가 생식가족을 형성하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부부관계에서는 개인화된 삶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중년여성이 부부관계에서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후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던 중년여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노동시장에 관여하였다. 중년여성은 노동시장에의 진입과 이탈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배우자와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일상을 구조화하였다. 중년여성은 점진적으로 배우자와 독립적인 삶을 구축해 나갔기 때문에 비혼자녀가 집을 떠났다고 해서 그들의 부부관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상의 논의는 비혼자녀의 주거독립을 경험한 중년여성의 내러티브를 시간성, 사회성, 장소 차원에서 접근한 결과인데, 비혼자녀의 주거공간이 부모 세대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요구된다. 앞서 비혼자녀의 주거공간이 중년여성을 배제하는 공간이라고 했는데, 이는 비혼자녀가 부모 집에서 나와 자신만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존의 사회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규범으로 진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비혼자녀의 주거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중년여성의 노력은 벗어나려는 힘과 다시 끌어당기는 힘 간의 긴장관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년여성이 비혼자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비혼자녀가 결혼하기를 바라는 것도 기존의 사회규범에서 벗어난 자녀를 다시 끌어오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년여성이 비혼자녀에 대해서는 자기만의 생식가족을 형성해야 한다는 가족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부부관계에서는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Park (2012)은 여성들이 가족주의와 개인화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찾는다고 하였는데, 본 연구를 통해 중년여성이 대상에 따라 상이한 태도를 보이면서 개인적 삶과 가족주의를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결혼규범의 약화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비혼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증대되었다. 청년 1인 가구는 개인화된 사회의 상징적 지표로서, 가족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 결과, 사회구조의 변화를 가족 바깥에서 찾는 경향이 있으며,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의 양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그러나 청년 1인 가구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원가족은 존재하며, 청년 1인 가구의 존재로 인해 원가족도 사회구조의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가족에서 떨어져 나온 청년세대가 아니라 가족에 남아 있는 그들 어머니의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을 포착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 비혼자녀 주거독립을 경험한 중년여성은 집을 떠난 비혼자녀에 대해서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표출하면서도 집에 남아 있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개인적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대상에 따라 차별적인 양상을 보이면서 가족주의와 개인적 삶이 공존하는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개인화가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론적인 함의를 지닌다. 연구결과에 대한 일반화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후속연구에서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다양한 생애사건으로 연구범위를 확대한다면 변화하는 사회에서 달라지는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Declaration of Conflicting Interests

The authors declare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Park Boo-Jin Best Dissertation Proposal Award of the Korean Family Studies Association.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이름(가명) (만)연령 거주지역 본인 직업(남편 직업) 자녀 수 주거독립 자녀((만) 연령, 독립 시점, 거주지역)
김은혜 58세 경기 주부(목사) 1남 아들(30세, 10개월 전, 경기)
이은희 50세 경기 매장관리 직원(청소부) 4녀 첫째 딸(27세, 3년 전, 서울)
둘째 딸(22세, 2년 전, 경기)
박영순 66세 경기 전당포 직원(교직 은퇴) 1남1녀 딸(34세, 4년 전, 경기)
정선주 66세 경기 아파트 청소부(공무원 은퇴) 2남 첫째 아들(37세, 4년 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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