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기혼남녀와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족의 가족생활문화 비교: 가족의례와 가족가치관을 중심으로

Comparisons of Family Life Culture among Korean Married Families and Korean-Vietnamese Multicultural Families: Focusing on Family Rituals and Values

Article information

Hum. Ecol. Res. 2014;52(1):75-8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4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6115/fer.2014.52.1.75
Department of Child Development and Family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옥선화, 진미정, 정그레이스, 김지애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Corresponding Author: Meejung Chin   Department of Child Development and Family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151-742, Korea   Tel: +82-2-880-1454 Fax: +82-2-871-2506 E-mail: mchin@snu.ac.kr
A part of this paper was presented at the Multicultural Human Ecology Center Symposium in 2011.
Received 2013 March 14; Revised 2013 August 20; Accepted 2013 August 20.

Trans Abstract

Family life culture embodies the ways of thinking and behaving among family members in everyday lives. With a noticeable growth of multicultural families since 2000, there has been an inflow of other culture into the existing Korean family life culture. This new phenomenon signals a potential transformation of the family life culture in Korean society. To forecast such changes, we compared the family life culture of Korean- Vietnamese multicultural families (as reported by 104 Korean husbands and their Vietnamese wives) with that of mainstream Korean families (as reported by 108 Korean married men and 92 Korean married women) by comparing family ritual practices and family values. We also sought to identify whether two cultures in Korean-Vietnamese multicultural families harmoniously coexist or clash by examining differences within couples. Results showed that Korean married men and Korean husbands of Vietnamese women were very similar in terms of family ritual practices and family values. Differences emerged between Korean husbands and their Vietnamese wives. Specifically, Korean husbands endorsed more traditional gender role beliefs while their family values were less patriarchal compared to their wives. Results suggest that more flexible gender role beliefs reported by Vietnamese wives may be a source of conflict in Korean-Vietnamese multicultural families. At the same time, it may be a driving force of change in their existing family life culture. It will be worthwhile to pay attention in future research to whether and how patriarchal values and flexible gender role beliefs would continue to coexist or modify each other.

서 론

가족생활문화란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사회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며, 한 사회가 공유하는 상징과 가치 체계를 통해 세대를 통해 계승되는 생활양식이다. 가족생활문화를 통해 우리는 한 사회의 가족생활과 가족가치가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사회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에, 관습적 성격이 강한 가족의 생활문화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사회 변화가 개인과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된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사회에 다문화가족이 증가하면서 학술적, 정책적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인 가족생활의 장에 새로운 문화를 유입시킨다는 점에서 다문화가족의 증가는 한국의 생활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된다. 다문화가족은 그 정의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의 가족생활문화와 다른 생활문화가 공존하는 가족이다. 다문화가족을 통해 다른 문화권의 생활문화가 한국의 가족생활문화와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가족생활문화의 실태와 변화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행연구들은 주로 결혼이주여성의 문화적응 관점에서 이 주제에 접근하였다. 식습관이나 언어, 자녀양육과 관련된 생활양식이나 부계중심주의나 성역할태도와 같은 가치관의 측면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체감하는 문화적 차이가 어떤 것인지, 그 영향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왔다[8, 17, 19, 28]. 이런 연구들은 대체로 소수의 결혼이주여성들을 심층적으로 면접 조사하여 문화적응의 단계를 살피면서 그들이 경험하는 갈등과 동화의 과정을 탐구하였다. 선행연구들을 보면,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상적인 생활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부적응이나 관계상의 갈등을 겪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은 국적이 서로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적정한 비교 집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방법론상의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29]. 국적이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사회화된 여성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서로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초혼연령이 낮기 때문에 연령이나 세대를 고려하여 적절한 비교집단을 세우지 않으면, 이들의 특성이 연령이나 세대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이 연구는 다문화가족 중에서도 한국남성과 베트남여성의 결혼으로 형성된 가족(이하 한-베 다문화가족)의 가족생활문화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이다. 한-베 다문화가족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인구학적, 문화적 배경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현황을 볼 때 베트남은 가장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오는 국가이다. 2007년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혼인이주 건수가 감소하는 것에 비해 베트남으로부터의 혼인이주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27]. 인구학적 비중으로 보았을 때 한국남성-베트남여성(이후 한-베 부부)으로 구성된 다문화가족은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다.

문화적으로 볼 때,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위치하지만 10세기가 넘는 중국의 통치와 영향 때문에 동아시아의 문화권에 가까운 나라이다[2]. 베트남인의 삶의 배경을 보면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문화와 더불어 15세기부터 강화되어 19세기까지 지속된 유교적 가족질서, 19세기 중반이후의 프랑스 식민지의 경험과 그 이후의 수차례에 걸친 전쟁과 공산주의 정권확립, 20세기 후반의 시장경제 도입 등의 영향을 받아서 다양한 가치가 그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15세기에 성립된 베트남의 레(Le)왕조는 초기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유교를 근본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통치를 하였으며, 가족 내의 인간관계를 사회적 관계에 확장하였다는 점에서[7], 조선왕조의 통치 질서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 볼 때 중국과 교류가 활발했던 북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보다 많이 받은 반면, 남베트남은 베트남 고유문화가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베트남인의 생활문화는 북베트남과 남베트남 간의 지역 차이와 더불어 소수지배계층과 다수 농민 간 가족형태에 차이가 있어서,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평등한 부부관계 및 여성중심적인 문화와 유교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가부장적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7, 9, 14, 32, 33].

세대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한-베 다문화가족은 주목할 만한 연구대상이 된다. 여러 조사 결과에서 보고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족의 연령차는 한국인부부의 연령차에 비해서 크며, 그 중에서도 한-베 부부의 연령차는 더욱 크다. 2009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남편 간 평균연령차는 약 10세이며, 한-베 부부의 평균연령차는 17세이다[17]. 연령을 기준으로 세대를 분류한다면 부부간의 연령차는 부부가 같은 세대에 속하는지 혹은 다른 세대에 속하는 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데, 평균 연령차가 2.2세인 한국인 부부는 같은 세대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연령차가 17세인 한-베 부부는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의 배경에 비추어볼 때, 한-베 다문화가족은 서로 다른 두 문화권의 문화가 공존하는 가족일 뿐 아니라 부부 간의 서로 다른 세대가 공존하는 가족이기도 하다. 중층적인 문화적, 세대적 혼합이 이질적인 생활문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동화과정을 통해 동질적 문화를 재생산하게 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흥미 있는 주제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한-베 다문화가족의 생활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가족의례(제례, 명절, 부모님생신) 및 가족가치관(상속관, 부계중심성, 성역할태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족의례와 가족가치관은 가족의 삶이 영위되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대표하며, 세대에 따른 변화를 첨예하게 드러내는 생활문화의 영역이기도 하다[22]. 본 연구에서 한-베 다문화가족의 생활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세 가지 접근법을 사용하였다. 먼저 부부가 모두 한국인인 가족(이하 한국인부부 가족)과의 비교를 통해 다문화가족의 생활문화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이 때 한국인부부 가족은 가족단위가 아닌 기혼남녀를 조사하여 응답자의 가족생활문화를 파악하였다. 한국인부부 가족과의 비교 시 한-베 부부의 연령차를 고려하여 남편이 속하는 세대집단과 부인이 속하는 세대집단, 즉 두 개의 세대집단을 모두 비교집단으로 설정하였다. 두 번째로 가족의례와 달리 가족가치관은 개인적으로 내면화된 속성이므로 한국인 기혼남녀와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부인을 각각 세대집단에 맞게 비교하였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족 내에서 한국인남편과 베트남부인 간의 가족가치관 차이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가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한국인부부 가족과 한-베 다문화가족의 가족의례(제례, 명절, 부모님 생신) 경험은 차이가 있는가?

연구문제 2-1. 한국인 기혼남성과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의 가족가치관(상속관, 부계중심성, 성역할태도)은 차이가 있는가?

연구문제 2-2. 한국인 기혼여성과 한-베 다문화가족의 부인의 가족가치관(상속관, 부계중심성, 성역할태도)은 차이가 있는가?

연구문제 3. 한-베 다문화가족에서 남편과 부인의 가족가치관(상속관, 부계중심성, 성역할태도)에는 차이가 있는가?

선행연구 고찰

1. 가족생활문화와 가족의례

가족의 생활문화는 의식주생활 및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에서 발현되는 일상생활의 문화이다. 생활문화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구체적인 생활양식이나 가족생활을 지배하는 규범과 가치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가족학 분야에서는 가족생활문화 중에서도 특히 가족의례나 가족가치관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가족의례에 대한 연구들은 전통적인 가족의례의 변화양상을 파악하거나[5, 22, 31], 전통 가족의례의 현대적 해석과 정착에 관심을 기울이거나[10, 11], 전통적 가족의례와 가족가치관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16, 23].

Choi와 Kim [3]은 저녁식사의례, 주말여가의례, 생일의례, 명절의례의 경향과 종류별 주요 활동 장애 요인을 살펴보았는데, 가족의례의 구성요소 중 참여기대, 감정적 투자, 의미 부여의 평균점수가 정규성, 관습성, 계획성의 평균점수보다 높게 나타나 가족의례가 높은 정서적 지지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저녁식사의례, 주말여가의례, 생일의례, 명절의례의 실행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아내의 결혼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Kim과 Kim [16]의 연구에서는 혼례와 제례, 상례에 대한 현대적인 의례문화 인식을 가질수록, 부모를 공경하는 의식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가정생활관(가족관, 부모자녀관, 부부관, 가정경제관, 손님접대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Kim과 Kim [16]은 이러한 의례가 현대 가정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가정 내에서 지켜져야 할 의식과 절차라고 해석하였다.

대체로 선행연구들은 최근으로 올수록 전통적인 가족의례의 필요성이나 전통적 절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11], 전통 생활문화의 변화가 단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연구도 있다[23]. Ok과 Chin [23]의 연구에서는 가족의례 중에서 백일이나 돌잔치와 같은 출산관련 의례는 젊은 세대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반면, 제례는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활문화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가족의례나 가치관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세대 간 비교의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세대란 “동일한 역사·문화권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생함으로써 역사적·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서 다른 코호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유사한 의식구조와 행위양식을 갖는 사람들의 집합”(p. 54) [24]을 의미한다. 선행연구에서는 흔히 연령집단 별로 세대 비교를 하거나[10, 16], 가족 내의 세대지위 간에 비교를 하거나[22, 27, 31], 특정한 세대 기준을 적용하여 비교를 하기도 한다[23].

연령별 집단을 통해 가족가치관이나 가족의례의 변화를 살펴 본 Kim과 Kim [16]의 연구에서는 가족주의 가치와 남녀평등의식이 10대, 20대, 30대 이상의 연령 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가정의례문화에 대한 인식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Ju [10]의 연구에서는 성년례에 대한 인식이 연령(30대, 40대, 50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Han [5]등의 연구에서는 할머니 세대가 어머니 세대보다 전통 육아방식을 더 많이 실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를 둔 어머니와 그 어머니(외할머니)의 자녀관을 비교한 Park 등[27]의 연구에서는 외할머니세대가 어머니세대보다 다자녀, 남아선호, 아들로부터의 노후부양에 대한 기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어머니들은 자녀의 가치를 심리적 즐거움이나 행복과 같은 정서적 측면에서 평가하는 반면 외할머니세대들은 가문영속이나 노후대책과 같은 도구적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k와 Chin [23]은 Park [24]의 세대 구분을 적용하여 가족가치관과 생활문화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가족가치관의 영향이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산업화/민주화 세대이며, 가족의례에서도 이 세대의 경험이 식민지/전쟁경험 세대나 탈냉전/정보화 세대에 비해 다르게 나타났다. 사회경제 구조가 급격하게 산업화되는 시기에 태어나 성장한 산업화/민주화 세대에서 가족가치관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결과는, 급격한 사회적 변동의 시기일수록 개인적 수준에서 내면화된 가치관이 행동과 경험을 선택하는 결정요인으로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24].

2. 결혼이주여성의 문화 적응

다문화가족의 가족생활문화 실태를 직접적으로 조사한 연구들은 많지 않다. 대신 선행연구들은 결혼이주여성의 문화적응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인 남편 혹은 시댁과 결혼이주여성의 출신국가 문화 사이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결혼이주여성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이들이 식습관과 같은 영역에서는 점진적으로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적응하지만, 남성중심의 가치관, 자녀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남편들의 고정화된 성역할태도 등의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불만과 갈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17, 20, 26].

결혼이주여성의 문화적응 경험을 연구한 Kim과 Park [17]은 이주여성들이 언어, 식습관, 종교와 같은 일상생활영역, 제례 및 명절문화와 같은 정통성 영역, 그리고 가족관계와 역할영역에서 모국과는 다른 성역할 차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차이로 인해 심리적 부담감 및 당혹스러움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이주여성들의 문화정체성이 ‘낯선 환경과 관계의 어려움,’ ‘차별과 편견에 직면함,’ ‘익숙해지는 한국문화, 그러나 낮아지는 자존감,’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려고 시도함,’ 그리고 ‘두 문화정체성을 갖기 위해 노력함’의 단계로 점차적으로 변화한다고 보았다[17]. 한편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은 결혼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19], 가족중심적인 가족가치관을 가질수록 결혼생활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0].

선행연구들은 가치관의 측면에서 다문화가족 남편들의 성역할태도가 부부의 결혼만족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보았다. 남편의 성역할태도가 평등할수록 남편의 결혼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거나[18], 남편의 고정적인 성역할태도가 아내의 출신문화 수용이나 다문화 감수성과 부적인 관계가 있고, 남편의 아내의 출신문화 수용도는 아내의 결혼만족도와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28]. 또한 결혼이주여성 남편의 문화적 통합태도, 문화적 지식 습득, 문화적 기회균등, 문화적 독특성 수용, 자국언어 사용배려 등의 문화적 민감성과 개방성이 남편의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21].

국제결혼을 한 한국남성 215명을 조사한 Jang과 Park [8]의 연구에서는 조사대상자가 근대적 결혼관과 성역할관을 가질수록 높은 결혼적응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자문화 전달태도와 다문화 수용태도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문화적응태도가 결혼 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컸다.

국제결혼부부의 가치관을 비교한 Hong과 Chae [6]의 연구에서는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여성 78명과 한국 남편 62명을 조사하였는데, 성별에 따른 가치관 차이는 없는 반면, 국적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즉, 베트남 여성이 필리핀 여성보다 더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성의 경우 중국여성과 결혼한 남성 집단이 베트남여성과 결혼한 남성 집단보다 보수적인 가치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가치관 중에서 보수적 가치관이 결혼만족도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다문화가족에서 남편은 비전통적인 성역할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수록, 결혼이주여성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수록 결혼 적응이나 결혼 만족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문화부부 사이의 가치관 차이가 결혼 적응에 부적인 영향을 미치며, 남편과 부인이 중간 지점으로 수렴하여 유사한 가치관을 가질 때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방법

이 연구의 자료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다문화생활교육센터에서 실시한 2009년 한국가족의 생활문화 실태조사와 2010년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 생활문화 조사이다. 2009년 연구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20대에서 60대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서울시 25개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눈 후 연령, 성별을 균등할당하여 연령대별로 각 10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2009년 5월 6일부터 13일까지 예비조사를 실시하였고, 본 조사는 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하여 2009년 6월 17일부터 7월 7일 3주간 실시하였다. 총 500명의 자료가 수집되었으나 국적이 한국인이 아닌 남성이 2명 포함되어 있어 498명의 자료만 분석에 사용하였다. 2010년 자료는 서울, 인천 및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한-베 부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예비조사를 거쳐 본 조사는 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하여 2010년 7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 104쌍, 총 208명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활용된 문항은 가족의례와 가족가치관이다. Table 1에 정리된 바와 같이 가족의례에 대해서는 혼례와 제례 외에도 명절을 보내는 방식, 부모님 생신을 보내는 방식 등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의례를 포함하여 조사하였다. 일반적으로 가족의례는 관혼상제의 통과의례와 일상적 의례를 모두 포함하는데, 통과의례 중 관례와 상례는 자주 경험하기 어렵고, 혼례 역시 다문화가족의 특성상 비교하기 어려워 제례만을 포함하였다. 또한 일상적 의례 중에서는 설과 추석을 보내는 방식과 부모님 생신을 기념하는 방식을 포함하였다. 가족가치관은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했던 제1차 전국가족실태조사에서 사용된 부계중심성, 성역할태도의 척도와 상속에 대한 생각을 지표로 사용하였다[15]. 이러한 가족가치관은 부계중심의 가부장적 의식을 반영하는 가치관으로 한국의 전통적 가족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23].

Variables of Family Rituals and Family Values

세대별 분석을 위해서는 Park의 구분 방식[24, 25]에 따라 현존하는 한국의 인구를 1930년대 말과 1970년경의 출생 시기를 기준으로 식민지/전쟁경험 세대(1940년 이전 출생), 산업화/민주화 세대(1941-1970년 출생), 탈냉전/정보화 세대(1971년 이후 출생)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세대 구분은 단순한 연령별 구분보다 출생코호트가 공유하는 역사적, 사회적 경험을 보다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서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부인이 속하는 세대를 먼저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세대를 한국인 기혼남녀 자료에서 찾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응답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령, 교육수준, 종교, 성장지역, 가구소득을 조사하였다. 연령은 만 연령으로 측정하였고, 한-베 부부의 경우 응답자의 연령에 기초하여 부부 간 연령 차이를 계산하여 제시하였다. 교육수준은 초졸 이하, 중졸 이하, 고졸 이하, 대졸 이상의 네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종교는 무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기타의 다섯 집단으로 구분하였고, 성장지역은 응답자가 16세에 도시와 농산어촌 중 어느 지역에 살고 있었는지를 질문하여 도시와 농촌 두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일상적인 경상소득을 100만원 단위로 선택하게 하였다(1, 100만원 이하; 2, 101-200만원; 3, 201-300만원; 4, 301-400만원; 5, 401-500만원; 6, 501-600만원; 7, 601만원 이상).

한국인부부 가족과 한-베 다문화가족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의례 수행 여부에 대해 빈도분석과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을 통제한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부계중심 가치관과 성역할태도에 대해서는 연령과 교육수준, 가구소득을 통제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부인 간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대응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다. 두 집단을 비교할 때, 표준화점수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겠으나, 본 연구에서는 가족의례나 가치관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목적 중 하나이므로 실제 빈도를 보여줄 수 있는 원점수를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1. 조사 대상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2010년의 조사대상자인 한-베 다문화가족 부부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은 Table 2에 나타난 바와 같다. 한-베 다문화가족 남편의 연령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 사이에 분포되어 있으며, 평균 연령은 43.9세이다. 이에 비해 베트남인 부인의 연령은 주로 20대 초반과 후반에 분포되어 있으며 평균 연령은 27.4세이다. 부부의 평균 연령 차이는 16.5세이며, 앞에서 적용한 세대 기준에 따르면 남편은 주로 산업화/민주화세대에 속하고 부인은 탈냉전/정보화 세대에 속한다. 비교를 위해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아내와 동일한 세대에 속하는 한국인 기혼남성과 기혼여성을 선택하여 통계치를 각각 제시하였다.

Socio-Demographic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by Generation

먼저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 교육수준은 고졸(58.7%)과 대졸 이상(28.9%)의 순으로 많았고, 부인의 교육수준은 고졸(54.8%)과 중졸(24.0%)의 순으로 많았다. 한-베 부부의 종교를 보면, 남편은 무교(61.5%), 불교(20.2%), 기독교(12.5%)의 순으로 많고, 부인은 불교(48.1%), 무교(41.4%)의 순으로 많아서 부부의 종교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 기혼남성은 39-58세(평균 48.18세), 기혼여성은 25-38세(평균 31.46세)의 연령범위에 있었다. 한국인 기혼남성의 고졸(55.6%), 대졸(43.6%)의 순으로 많았고, 기혼여성은 대졸(65.2%), 고졸(34.8%)의 순으로 많았다. 한국인 기혼남성의 종교는 무교(45.4%), 불교(33.3%), 기독교(18.5%)의 순으로, 기혼여성의 종교는 무교(47.8%), 기독교(44.6%)의 순으로 많았다. 기혼남성의 16세 때 성장지역은 도시(61.1%), 농촌(38.9%)이였고, 기혼여성의 16세 때 성장지역은 도시(83.7%), 농촌(16.3%)이었다.

한국인 기혼남성과 비교해 보았을 때,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은 같은 세대 한국인 기혼남성에 비해 교육수준이 낮고, 종교가 없는 비율이 더 높은 반면, 기독교인 비율은 더 낮은 편이었다. 16세 때 성장지역의 도농비율에는 차이가 없었다. 한국인 기혼여성과 비교해 볼 때, 베트남인 부인은 교육수준, 종교, 성장지역 모두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베트남 부인은 교육수준이 더 낮으며, 종교는 불교 비율이 높고 기독교 비율이 낮았다. 성장지역을 살펴보면, 베트남 부인의 경우 유사한 세대의 한국여성에 비해 도시에서 성장한 비율이 낮았다.

2. 한국인부부 가족과 한-베 다문화가족의 가족의례 경험 비교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베 다문화가족의 경우 남편을 기준으로 하면 산업화세대(1941-1969년 출생코호트), 부인을 기준으로 하면 정보화세대(1971년 이후 출생코호트)에 속하므로 다문화가족의 의례 경험이 두 세대 중 어떤 세대와 더 유사한 지 각각 비교해보았다. 여기서의 비교 내용은 전통적인 부계중심 가족의례를 비교하는 것이므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가족 단위의 경험을 비교하되 남편의 응답을 자료로 분석하였다. Table 3에서는 각 의례의 수행 비율을 제시하고, 결과의 통계적 유의도는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을 통제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에 기초하여 제시하였다.

Comparison on Family Rituals between Korean-Vietnamese Multicultural Couples and Korean Married Men and Women, Unit (%)

먼저 제사를 모시는 지 여부는 다문화가족이나 한국인부부 가족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약 61%-77%의 가정이 제사를 모시고 있었는데, 조부모 제사는 약 30%-50%의 가정이 모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우 아직 생존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제사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에서도 다문화가족과 한국인부부 가족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모님 생신을 보내는 방식에서 한국인부부 가족과 한-베 다문화가족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었는데, 먼저 부모님 생신상을 차려드린다고 하는 비율은 남편이 속한 세대의 한국인부부 가족보다 다문화가족에서 더 높게 나타났고, 외식을 한다는 비율은 더 낮게 나타났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고 한 비율은 남편세대나 부인세대의 한국인부부 가족보다 다문화가족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응답자의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을 통제한 이후의 결과이다. 결혼식(혼례)은 다문화부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비교하지 않았다.

3. 한국인부부 가족과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 및 부인의 가족가치관 비교

가족의례 경험이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가족가치관은 개인 수준에서 내면화되는 특성이므로 여기서는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부인의 특성을 각각 살펴보고, 각각 준거집단이 되는 산업화세대(1940-1969년 코호트)에 속하는 한국인 기혼남성과 정보화세대(1971년 이후 코호트)에 속하는 한국인 기혼여성과 비교해 보았다.

먼저 남편들을 비교해보면, Table 4에 제시한 바와 같이, 상속에 대한 생각에서 다문화가족의 남편은 자신이 속한 세대와 다르지 않았다. 또한 부계중심적 가족가치관이나 전통적 성역할태도에 대해서도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은 자신이 속한 세대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Comparison on Family Values between Korean-Vietnamese (K-V) Multicultural Couples and Korean Married Men and Women, between K-V Couples

부인들의 경우, 다문화가족 부인의 경우 상속에 대한 태도와 전통적 성역할태도에서는 동일 세대의 한국인 여성과 차이가 없었지만, 부계중심적 가치관은 한국인 여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상속이나 성역할태도에서는 동일 세대의 한국인 여성과 유사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부계중심성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베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부인을 비교해 보면, 상속에 대한 태도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부계중심적 가치관과 성역할태도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베트남 부인은 남편에 비해 부계중심성 가족가치관에 동조하는 정도가 더 높은 반면, 전통적 성역할태도에 동조하는 정도는 더 낮았다. 즉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은 가족가치관 중에서 가족주의적 성향은 남편보다 강하지만 남녀의 성역할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식하는 정도는 더 낮았다.

논의 및 결론

다문화가족은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사회화된 남성과 여성이 일상생활문화를 공유하는 가족이다. 선행연구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비롯된 부부 간 언어, 관습, 가치관 등의 차이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적응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한국의 부계혈통주의와 동남아시아의 양계주의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4, 12].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결혼이주여성의 개인적 정체성이나 부부갈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한국가족의 생활문화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놓고 분석하거나, 성별 뿐 아니라 세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는 가치관의 차이를 단순히 문화 간의 차이로만 해석하였다는 점, 그리고 이를 결혼이주여성의 문화적 정체성이나 부부갈등의 차원에서만 접근하였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연구들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가족생활문화의 차원에서 다문화가족의 가족의례와 가족가치관을 한국인부부 가족과 비교하였고, 다시 다문화가족 내 부부 간 비교를 시도하였다. 한국인부부 가족과의 비교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연령 차이를 고려하여 남편이 속하는 산업화 세대(1941-1970년 출생), 아내가 속하는 정보화 세대(1971년 이후 출생)와 각각 비교하였다.

한-베 다문화가족의 가족의례(제례, 명절, 부모님 생신) 경험과 가족가치관(상속관, 부계중심성, 성역할태도)을 한국인부부 가족과 비교해 본 결과, 차이점과 유사점이 모두 발견되었다. 제사를 지내는 비율이나 명절을 보내는 방식에서는 다문화가족과 한국인부부 가족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반면, 부모님 생신을 보내는 방식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다문화가족은 부모님 생신에 생신상을 차려드리는 비율이 남편이 속한 세대의 한국인부부 가족보다 더 높은 반면, 외식을 하는 비율은 더 낮았다. 부모님 생신에 용돈을 드리는 비율은 남편이나 아내가 속한 세대의 한국인부부 가족에 비해 더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응답자의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을 모두 통제한 이후의 결과이므로 개인적 배경 특성의 영향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가족가치관에서 베트남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은 상속에 대한 생각이나, 부계중심적인 태도, 전통적인 성역할태도에 있어서 같은 세대의 한국인 기혼남성들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결혼의 성립과정이나 이주체계 자체가 매우 가부장적이라는 선행연구들[12, 13]을 볼 때, 베트남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들이 전통적인 가족가치관을 더 높게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본 연구결과에서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베트남여성들은 동일세대의 한국인 기혼여성들에 비해 상속이나 성역할에 대한 태도는 유사한 반면, 부계중심적 가족주의 가치관은 더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들의 부계중심 가족가치관이 부인보다 낮은 반면, 전통적인 성역할태도는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문화와 세대의 측면에서 한-베 다문화가족이 가족생활문화의 변화를 추동하는 방식이 복합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베트남여성들의 부계중심 가족가치관이 높다는 사실은 베트남 문화가 중국의 유교문화의 영향 아래 있고[1], 한국남성들이 베트남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선호한다는 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베 부부의 큰 연령 차이까지 함께 고려해보면, 베트남 기혼여성들은 가장/남편 중심의 한국가족의 전통적 규범과 질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베트남 여성들은 여성중심의 동남아 문화의 영향으로 남녀역할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같은 세대의 한국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성역할태도의 차이는 부부간 갈등의 요인이 되는 동시에 가족의 생활문화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양가적이다. 한편으로는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사회에 문화적 다양성이 창출되고 공존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고 기존 질서에 편입되기를 기대한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사회통합이라고 할 때, 생활문화를 통한 사회통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러 차원에서 사회통합을 지향할 수 있겠지만, 미시적 일상에서 가족의 생활문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합이야말로 실질적으로 체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본 연구결과에 비추어볼 때, 한-베 다문화가족의 생활문화는 전통적 의례가 유지되는 영역과 변화가 예측되는 영역이 모두 감지된다. 제사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나 명절을 보내는 방식, 상속의 측면에서는 한국인부부 가족과 별로 다르지 않은 반면, 부모님 생신을 보내는 방식은 다소 더 전통적이고, 부인의 부계중심적 성향도 더 보수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남녀 역할과 관련된 생활양식에서는 변화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향후 다문화가족에게서 부계중심적 문화와 유연한 성역할태도가 공존하는 가족생활문화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유연한 성역할태도가 부계중심적 문화를 변화시킬 것인지는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할 주제이다.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본 연구는 한국가족의 생활문화를 실태 차원에서 살펴본 것이기 때문에 정교한 자료와 분석을 갖추지 못하였다. 가족의례의 경우에도 면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부모님의 생존여부, 형제자매의 수, 부모님과의 지리적 근접성 등을 고려하여야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제한점 때문에 이러한 분석을 포함시키지 못하였다. 생활문화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일차적으로 가족의례 경험을 있는 그대로 비교하는 연구가 일차적으로 필요하지만, 앞으로 한국가족의 생활문화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위해서는 생활문화의 유지 혹은 변화가 어떤 기제를 통해 발생하는지를 좀 더 치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가족생활문화가 유지되거나 변화하는 과정에서 다문화가족 내 부부 간 소통, 혹은 확대가족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세대 별 비교나 다문화가족과의 비교에 있어서 단순 비교를 넘어서서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활용된 한국 가족 자료와 한-베 다문화가족 자료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 자료는 2009년에 수집되고 한-베 다문화가족 자료는 2010년에 수집되어 약 1년의 차이가 있다. 원칙적으로 동일 시점에 수집된 자료를 비교해야 하지만 이차 자료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자료 수집 시기를 통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한국인부부 가족은 개인 단위로 수집된 반면, 한-베 다문화가족은 부부단위로 수집되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다문화가족은 총 104쌍을 조사하였는데 각 세대에 포함되는 응답자수가 적어 통계적 검정력도 크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2009년 자료와 2010년 자료 모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기혼남녀나 부부를 대상으로 표집된 것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가족생활문화는 지역에 따라 혹은 도시-농촌에 따라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향후 도시와 농촌을 모두 포괄하는 자료 수집이 필요할 것이다. 추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국가/민족성 하위집단을 포괄하는 대규모의 조사 자료를 수집하거나 각 집단 비교 시 표준화된 점수를 사용함으로써 본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베 다문화가족과 한국인부부 가족을 비교할 때 세대 구분 지표를 활용하였는데, 각 세대 내에서도 연령 분포의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한-베 부부의 아내와 한국인 기혼여성은 모두 1971년 이후 출생자이지만 베트남 부인은 20대 초반 비율이 높은 데 비해 한국인 기혼여성은 20대 초반 비율이 낮았다. 즉 같은 세대 내에서도 베트남 부인들이 더 연령이 낮아 이들의 결혼생활이 더 빨리 시작된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생활과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가족생활문화의 관점에서 다문화가족을 연구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점, 동일한 문항으로 이루어진 설문을 가지고 한국인부부 가족과의 비교를 시도하였다는 점, 다문화가족과 한국인부부 가족을 비교할 때 세대 구분을 시도하였다는 점 등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다문화가족의 생활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의 가족생활문화의 변화 양상을 전망할 수 있는 연구들이 더 많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that they had no conflicts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ements

This study was partially supported by the Multicultural Human Ecology Center, Research Institute of Human Ec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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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Variables of Family Rituals and Family Values

Category Contents of family life culture
Family ritual Ancestor worship Whether practice ancestor worship
Coverage of ancestor worship
① Grandparents ② Great-grandparents
③ Great-great-grandparents
④ 5 or more generations removed (=Sije)
Traditional holidays How to celebrate Korean New Year’s Day or Chuseok
① In the eldest son’s house
② In my parents’ house or with my family members only
③ Other
Parents’ birthday How to celebrate parents’ birthday
① Preparing birthday dishes ② Eating-out ③ Gift
④ Money ⑤ Other
Weddings Western wedding, traditional Korean wedding,
traditional homeland’s wedding, mixed culture
wedding, etc.
Family value Inheritance ① More property to the eldest son
② More property to the children supporting parents
③ Equally
④ Other
Patriarchy 8 Variables: family priority, parent-child relations-
centered, head of household/the eldest son/
husband’s family-centered, etc.
Gender role 2 Variables: responsibility for family support,
responsibility for economic support and care

Table 2.

Socio-Demographic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by Generation

Variable Married men, frequency (%) Married women, frequency (%)


K-V husbandsa)
(N=104)
Korean married men
(N=108)
K-V wivesa)
(N=104)
Korean married women
(N=92)
Age (yr), range (M ) 34-62 (43.92) 39-58 (48.18) 19-40 (27.38) 25-38 (31.46)
 ≤25 - - 41 (39.4) 2 (2.2)
 26-30 - - 42 (40.4) 51 (55.4)
 31-35 5 (4.8) - 13 (12.5) 15 (16.3)
 36-40 22 (21.2) 14 (13.0) 8 (7.7) 24 (26.1)
 41-45 45 (43.3) 21 (19.4) -
 46-50 22 (21.2) 33 (30.6) -
 ≥51 10 (9.6) 40 (37.0) -
Age difference (SD) 16.54 (4.6)
Educationb) F =11.64** F =91.81***
 Elementary school 3 (2.9) - 16 (15.4) -
 Middle school 10 (9.6) 2 (1.9) 25 (24.0) -
 High school 61 (58.7) 60 (55.6) 57 (54.8) 32 (34.8)
 College 30 (28.9) 46 (42.6) 6 (5.8) 60 (65.2)
Religionb) F =12.24** F =66.13***
 None 64 (61.5) 49 (45.4) 43 (41.4) 44 (47.8)
 Buddhism 21 (20.2) 36 (33.3) 50 (48.1) 7 (7.6)
 Christianity 13 (12.5) 20 (18.5) 5 (4.8) 41 (44.6)
 Catholic 5 (4.8) 3 (2.8) 4 (3.9) -
 Other 1 (1.0) - 2 (1.9) -
Home @16b) F =23.42***
 Rural 34 (32.7) 42 (38.9) 51 (49.0) 15 (16.3)
 Urban 70 (67.3) 66 (61.1) 53 (51.0) 77 (83.7)
a)

Korean-Vietnamese (K-V) multicultural couples.

b)

Group differences in ANOVA.

*

p <.05,

**

p <.01,

***

p <.001.

Table 3.

Comparison on Family Rituals between Korean-Vietnamese Multicultural Couples and Korean Married Men and Women, Unit (%)

Variable Korean-
Vietnamese
families
(N=104)
1940-1969
Cohort
Korean families
(N=108)
1971+Cohort
Korean families
(N=90)
Ancestor worship
 Whether practicing 76.92 76.17 60.99
 Coverage
  Grandparents 28.85 46.73 49.45
  G-grandparents 19.23 27.57 28.02
  G-g-grandparents 4.81 5.60 2.70
  5+ Generations removed 10.58 10.28 2.75
Traditional holidays
 In the eldest son’s house 26.92 40.18 35.71
 With my family only 69.23 56.07 60.44
 Visit to wife’s house 1.92 3.27 3.30
Parents’ birthday
 Preparing birthday’s meals 44.23 42.52* 29.67
 Eating-out 43.27 60.28* 76.92
 Gift 45.19 41.12 52.74
 Money 66.35 71.03** 81.32***
Weddings
 Western 44.23 94.39 99.45
 Traditional Korean 6.73 5.14 .55
 Traditional homeland’s 20.19
 Western + traditional homeland’s 19.23
 Traditional Korean + traditional homeland’s 7.69
 Doing not 1.92

Statistical significance in columns of Korean families means the difference from Korean-Vietnamese couples after controlling age, education and household income.

*

p <.05,

**

p <.01,

***

p <.001.

Table 4.

Comparison on Family Values between Korean-Vietnamese (K-V) Multicultural Couples and Korean Married Men and Women, between K-V Couples

Variable Married men Married women Husband-wife (K-V)



1940-1969 Cohort
Korean (N=108)
K-V husbands
(N=104)
1971+Cohort
Korean (N=92)
K-V wife
(N=104)
F/t
Inheritance (%) F =6.79 (df =3)
 More property to the eldest son 12.90 13.50 6.50 11.50
 More property to the caring children 45.40 46.20 51.10 32.69
 Equally 32.40 29.80 37.00 47.12
 Other 9.30 10.60 5.40 8.65
Patriarchy (point) 28.31 27.50 26.82 28.64*,,a) -2.17*,,b)
Gender role (point) 5.84 6.08 5.47 5.68 2.14*
a)

A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Korean women and Vietnamese women after controlling age, education, and household income.

b)

A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Korean husbands and Vietnamese wives.

*

p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