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패션쇼에 나타나는 인형과 인형이미지의 내적 의미

The Internal Meanings of Dolls and Dolls' Images Expressed in Modern Fashion Show

Article information

Hum. Ecol. Res. 2014;52(1):33-42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4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6115/fer.2014.52.1.33
1Department of Clothing & Textiles,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Daegu, Korea
2Center for Beautiful Aging,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Daegu, Korea
유주연1, 권기영,1,2
1경북대학교 의류학과
2경북대학교 장수생활과학연구소
Corresponding Author: Gi Young Kwon   Department of Clothing & Textiles,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80 Daehak-ro, Buk-gu, Daegu 702-701, Korea   Tel: +82-53-950-6222 Fax: +82-53-950-6219 E-mail: gykwon@knu.ac.kr
This article is a part of Ju Yeon Yoo’s master’s thesis submitted in 2009.
Received 2013 April 1; Revised 2013 July 24; Accepted 2013 August 5.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internal meanings of dolls and dolls’ images expressed in modern fashion show. Dolls are used as sacred object, decoration object, playing object, personified object or cherished object. The expression types of doll image in modern fashion are as following; substitutes of multi-ego, object of sexual desire, objectified creature, and medium of transcending fantasy. First, dolls image as substitutes of multi-ego had been expressed in magical expression, disgusting mask, transparent mannequin, expressionless, horror, conflict, loss of identity, exaggeration or escapism. Second, as object of sexual desire, dolls image are expressed as naked baby, ambiguous expression, naked body, voluminous body, emphasized specific bodypart, heavy makeup or wax doll of sexy actresses. Third, as objectified creature, dolls are human body in passive form. Human bodies are disassembled and reassembled as dolls. Such dolls reflect serious reality. They wrap up human like product and objectify it. Fourth, dolls image expressed as medium of transcending fantasy recollects youth age or expresses imagination on ambiguous virtual reality. Like this, dolls have value as creatures in various fields of modern fashion. Dolls contribute a lot in creating important inspiration. Dolls also expose internal mentality and represent ego. Externally, dolls express human shape becoming more and more materialized and objectified by advancing scientific technology in digital capitalistic society.

서 론

급속한 산업의 발달은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정신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물질만능주의를 초래하였다. 이로 인해 인간에게서 느낄 수 없는 정을 애완동물이나 인형에게서 찾고, 이들을 인격화하여 돌보는 등 어린 시절의 취미와 성향을 유지하는 키덜트(kidult) 세대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형은 유아나 아동의 단순한 장난감으로 인식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을 닮은 친숙한 외모로 인해 감정을 이입하고 교류할 대상으로 여겨지며 현대인들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형은 우리의 상상력과 감정을 담은 의인화의 대상으로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일종의 분신이라 할 수 있으며, 인형 놀이는 현대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임과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채우는 대리만족의 한 표현이다[28].

현재 인형은 단순한 유희의 대상을 넘어 문학, 영화, 광고,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인형을 소품으로 사용하거나 인형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패션쇼 연출에서 마네킹을 비롯한 인형을 중요한 연출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2월에 열린 뉴욕의 패션 위크 기간 중에 개최된 바비 50주년 기념 이벤트는 바비 인형의 옷을 실제 사람의 옷으로 디자인한 컬렉션이다. 이는 인형이 단순히 여아들의 놀이나 오락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주체임을 패션계가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인형에 관한 연구는 인형이미지의 표현 연구[28], 인형에 투사된 욕망에 관한 연구[2], 인형에 투사된 자아에 관한 연구[21]등 주로 인형에 주안점을 두거나 인형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패션분야에서도 인형의상의 발전 및 개발연구[18]나 바비 인형 패션의 조형미 연구[5], 인형 놀이에 나타난 패션 디자인의 특성[16] 등 인형 패션 자체에 관한 연구가 주로 진행되어 왔을 뿐 현대 패션에서 나타나는 인형이미지의 연출 유형과 의미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인형의 정의와 발달, 용도를 고찰하고 현대문화에서 나타나는 인형과 인형이미지를 살핀 뒤 패션에서 나타나는 인형과 인형이미지의 연출 유형 및 내적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인형은 사람을 본 떠 만든 인간과 가장 흡사한 것이라는 의미로, 마네킹을 비롯한 실제 인형을 도입한 패션쇼 및 패션 화보 연출에서 나타나는 이미지 및 모델의 분장이나 의상에서 인형이미지를 도입한 작품을 통해 나타나는 이미지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인간 신체를 닮은 인형이미지에 대한 연구는 21세기에 들어서 인간신체의 확장을 넘어 디지털 테크놀로지 신체로 전환시키려는 꿈을 실현시키는 시도가 일어나는 시점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신체에 대한 인식 양상을 파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연구 범위는 인형 관련 단행본, 학회지, 인터넷 등의 자료를 통하여 인형이미지의 유형을 고찰하였으며, 현대패션에서 표현되는 인형이미지의 유형 및 내적 의미는 패션 컬렉션지, 패션잡지, 인터넷 자료 등에 수록된 1995년 이후의 패션쇼와 패션화보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론적 배경

1. 인형의 기원과 발달

인형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든 장난감으로서, 우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eidoln을 어원으로 하는 단어 doll은 1750년 이후에 생겨난 말이다. 이전에는 moppet이나 courier dummies 라 불리었으며 18세기 미국에서는 little ladies나 fashion babies 라고 불렸다[18].

인형의 기원은 인류역사와 같이 출발하여 발생장소도 인간이 존재한 곳이면 어디에나 있었다[28]. 현재 가장 오래 된 인형은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되었으며, 고대 로마에서는 조상을 본뜬 인형을 신성한 장소에 안치하여 집을 지키는 신으로서 존경을 바쳤다. 이 풍습은 근래까지도 유럽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과거 인형의 재료로는 나무와 흙, 짚 등이 사용되었으며, 행복을 부르고 재액을 쫓는 종교적인 의미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각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18].

우리나라의 인형은 고증할 자료는 없지만, 신라의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 속에는 인형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 토우가 있으며, 아동의 놀이보다 제의식이나 장식, 전시 또는 오락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오히려 성인 삶과 보다 밀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22]. 그러나 근대로 오면서 서구문화의 영향을 받아 실내장식을 위주로 한 아름다운 인형을 만드는 경향이 짙어짐으로써 소박하고 상징적인 것보다는 사실적인 것을 주로 만들게 되었고[9], 아동들의 놀이를 위한 다양한 인형들도 많이 등장하였다.

인형이 오로지 어린아이의 완구로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8-9세기경에는 포제(布製) 인형이 유럽 각지에 있었다. 14세기 초에는 파리의 의상점이 아름다운 포제 인형을 고안하여 패션모델 대신 외국에 파송했는데, 이후 패션 돌(fashion doll)이라 불리며 이것이 프랑스 인형의 시작이 되었다. 이러한 패션 돌은 19세기에 들어와 사진이나 인쇄물로 패션을 전하기까지 유행을 전파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였으며, 그 당시의 패션과 신체 이상형을 완벽하게 표현하였다[12].

이어 1826년에 만들어진 잠자는 인형이나 에디슨이 만든 배 속에 축음기를 장치한 노래하는 인형이 제작되었고, 최근 각종 동호인회에서 수집 열풍이 불고 있는 구체관절인형이나 바비 인형, 그리고 스타의 모습을 본뜬 인형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들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초창기 패션 분야에서 인형은 모델 대신 유행하는 의상을 전파하는 수단이었다. 14세기 초반 최신 패션을 입힌 인형이 유럽의 왕실 사이에서 교환되면서 패션을 보급하는 임무를 담당하였으며, 이 인형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전달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미와 신체 이상형의 변화를 나타내었다[12]. 패션 인형은 새로운 패션을 보여주기 위해 상점이나 패션하우스에 전시되었고, 인형 산업이 발전하며 여성의 이상형을 변화시켜 왔다.

마네킹 또한 인간을 닮았다는 측면에서 크게 인형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데, 19세기 이후로 현대 패션에서는 마네킹이 인형을 대체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전달자로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10]. 패션 디자이너 Elsa Schiaparelli는 Harper’s Bazaar에 실린 화보 Figure 1에서 부분적으로 꽃을 덮은 마네킹과 줄에 걸려 있는 이브닝 드레스를 통해 초현실주의적인 무드를 연출하며 주목받았다[19].

Figure 1.

Elsa Schiaparelli, nude mannequin partially covered with flowers, 1937. Reprinted from Martin [16].

마네킹으로 인해 자연스런 여성의 신체는 은폐되었고 의도적으로 재형성된 이상화된 신체는 에로틱한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Figure 2에서 Jean Paul Gaultier는 기계적으로 해부한 마네킹에 그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혀 고전적인 이상형의 앤드로지너스를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마네킹은 다양한 재료를 통해 여러 가지 형태로도 변형가능하며 새로운 형상으로도 제작할 수 있어 당시의 이상적 신체형과 패션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역할을 하였으며 사회적 분위기와 예술 사조를 반영하면서 발전해 왔다[13].

Figure 2.

Jean Paul Gaultier, mannequin, 1986. Reprinted from Martin [19].

패션 모델 또한 디자이너 Charles Frederick Worth가 살아있는 모델에게 그의 작품을 입혀 움직임이 있는 의상을 고객에게 보여준 이래로, 스타일리스트와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의 의상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로 변신하며 시대의 이상적 신체미와 추구하는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 인형의 용도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인형은 신성물, 수집과 미적인 표현을 위한 장식물, 놀이와 공연을 위한 연희물, 인간을 상징한 의인물, 그리고 취미를 위한 애완물이라는 5가지의 용도로 나눌 수 있다[9].

첫째, 신성물로서 인형은 옛날부터 집안이나 마을의 수호신, 혹은 주술에 사용되어 왔다. 질병이나 재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와 닮은 인형을 만들어 그것을 불로 태우거나, 개울에 떠내려 보내는 의식 등이 그러한 예로서, 이는 인형이 친밀한 놀잇감이 아니라 당시의 주술적 생활양식이나 종교적인 제의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1]. 한 예로 특정인의 형상을 닮은 인형에 바늘 등을 찔러 저주를 내리는 주술적 의미를 갖는 부두인형도 점술가나 무당에 의해 제작되기도 하였는데, Figure 3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인형은 각종 주술적 주문이 적힌 몸통을 붙인 부두(voodoo) 인형으로서[6], 이것은 현대에 와서도 특정 인물을 풍자하거나 조롱하는데 인형이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신성물로서의 인형의 자취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으며, 간혹 남아 있다 해도 그것은 관광지의 한 장식품으로 잔존할 뿐, 본래의 기능으로 전승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인형은 조형예술이자 고품격 컬렉션으로 장식이나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요층은 대개 성인층으로 미국에서는 총 인형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 할 정도로 큰 마켓을 형성하고 있다[18]. 나라별로 고유의 전통인형에서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종류의 인형이 수집의 대상이 되며 완구의 영역을 넘어 예술품으로서 인정받고 있다[23].

셋째, 인형은 사람의 생김새를 본 떠 만든 것이기에 예로부터 다양한 연희에 사용되어 왔다. 사람이 연희하는 보통극과는 달리 인형극에는 인형이 갖고 있는 특성, 즉 신비하고 상징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Figure 4의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신체 각 부위에 매달려 있는 줄의 높낮이 조절과 회전 등을 통해 다양한 동작과 표정의 표현이 가능하다. 여기서 인형은 표현적인 관념이기 이전에 하나의 극적 표현을 위한 형태로서 인형극은 극적인 행위와 더불어 현실을 조형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넷째로 인형은 의인물로서 역할해 왔는데, 실제 인물을 추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닮은 인형을 만드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16-18세기 유럽 상류 사회에서 유행한 ‘인형의 집’과, 죽은 자를 기념하기 위해 그 형상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교회 벽에 세우는 풍습[18] 등은 그러한 예가 된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인형 커스텀(custom) 사이트나 인형의상 판매 전문쇼핑몰은 인형을 통해 인간생활을 미니어처의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나타낸다. Figure 5의 출산하는 바비인형은 우리 삶을 반영하는 의인물로서 인형의 용도를 보여준다.

Figure 5.

Barbie doll, 2007. Reprinted from http://itview.joins.com/article/itview.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바비 등 마론 인형이나 봉제 인형 외에도 Figure 6의 구체 관절 인형, 비스크 돌, 브라이스 인형 등이 여러 수집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애완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 아이, 어른을 막론하고 인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일상의 답답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어린이적 문화로의 도피라는 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28].

Figure 6.

Joint doll, 2006. Reprinted from http://www.dollstown.com.

3. 현대 문화에서 보여지는 인형 이미지

오늘날 인형은 현대의 대표적 상징물로서, 수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패션, 미의식 등 여러 다양한 사회적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28].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현대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이야기나 시각적 표현의 소재로서 다양한 이미지를 생산해 내고 있는 인형 이미지를 고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문학 분야에서 인형을 소재로 한 예는 영·유아는 물론이고 아동용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이 찾아 볼 수 있으며, 여기서 인형은 단순히 ‘인형’ 자체를 지칭하거나, 인간이나 물체를 의인화한 대상으로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하거나 친근한 대상으로 보여진다. Wood의 “살아있는 인형(2002)”에 등장하는 자동인형은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26], 채만식의 “인형의 집을 나와서(1987)”에서는 인형이 인간 자아의 대리물로서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11]. 그리고 McDonough의 “바비 이야기(2003)”에서 바비는 소비중독증, 거식증, 백인중심주의, 이상미 등 여러 요소를 담아내며, 여성과 삶을 얘기하고 있다[20]. 이처럼 인형을 소재로 다룬 문학에서 의미하는 바는 각기 다르지만 인형이 인물의 내면적인 자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시대의 흐름과 정신적인 관심사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공통된 사항이다.

인형을 비롯한 마네킹이 예술의 표현도구로 가장 잘 이용된 것은 초현실주의[12]로서, 인간과 유사한 이들 오브제를 통해 인간성의 상실, 일상의 반영, 허구 등의 주제를 표현하였다. 미술가 Hans Bellmer (1902-1975)의 Figure 7 “The Doll”이라는 작품은 여자 마네킹의 손과 발을 이리저리 분해하고 조합하여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표현을 한 것으로 섬뜩함의 미학을 극단으로 추구하고 있으며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억눌린 성의 욕망과 그로 인한 도착을 나타낸다[27]. Bellmer에게 있어 인형은 성적 집착을 만족시키는 가장 적합한 매체로서, 자신의 의도대로 형태를 재구성하고 접합하였으며, 비정상적인 인체 구조를 지닌 인형을 통해 사디즘과 마조히즘 사이에서 동요한 초현실주의 특징을 잘 그려내었다[4].

1938년 파리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회에서 마네킹은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게 되는데, Figure 8은 Man Ray, Salvador Dali 그리고 Leo Malet가 작업한 세 마네킹 중의 하나로서 이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에 의해 악세서리로 치장된 마네킹은 의외성과 이질성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촉발하며 환기시키고 있다[19]. 이후에도 현대 미술에서 마네킹은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 오브제로 사용되는데, Allen Jones의 Figure 9는 의자가 된 여인 마네킹의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태도, 그리고 가죽 신발 등 사도마조히즘의 상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통해 성적으로 도구화한 여성의 모습을 강조한다. 1970년대는 모더니즘 패러다임의 붕괴와 미술에서의 페미니즘이 대두하던 시기로, 특히 신체와 재현에 관한 이론화 작업을 진행한 Cindy Sherman 또한 Figure 10에서처럼 마네킹을 이용해 신체의 변형과 신체 내부의 이미지들을 드러내었다[24]. Sherman은 괴기스런 신체상들을 통해 여성의 외부적인 모습이 아닌, 삶의 본질 속에 내재하고 있는 자아의 이미지를 다루고자 하였으며, 인간의 내부 깊숙이 들어가 인간 영혼이 가진 최악의 것, 더러움, 사악함, 죽음, 부패의 이미지를 끌어내어 보여주고 있다[24]. 이러한 인형을 통한 자기신체의 대체 및 접목, 확장 현상은 타자적 신체에 대한 욕망과 이상적 인간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14].

Figure 8.

Mannequins from exposition, 1938. Reprinted from Martin [19].

Figure 9.

Allen Jones 「Chair (1969)」. Reprinted from Lee [15] with permission.

Figure 10.

Cindy Sherman 「Untitled 253 (1992)」. Reprinted from Lee [15] with permission.

다음으로, 영화에서 인형은 드라마·멜로나 스릴러, 공포물 등의 장르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영화 “공기인형(2009)”에서 인형은 혼자서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의 원초적인 욕망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용품으로서 역할하며 인형의 관점에서 세상을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Figure 11의 “Dolls (1987)”는 수백 개의 인형이 살아 움직이면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스토리의 영화로서, 사람과 비슷한 외양의 인형들은 가상의 공간속에서 시각적으로 다가와 현실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그 속에서 자아의 존재감과 상실감 속에서 오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드라마·멜로에서의 인형이 인간의 잠재되어 있는 감정을 들추어내 준다면 스릴러, 공포물에서는 사람의 외형과 닮은 인형의 특성으로 인해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스러운 표현과 인간 내면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Figure 11.

Movie 「Dolls (1996)」. Reprinted from http://www.imdb.com/title/tt0092906/.

광고 분야의 경우도 최근 인형을 모델로 한 예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광고모델의 경우 스타급 모델을 많이 기용하지만 이 때 특정 이미지가 기업이나 상품에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형과 같은 캐릭터는 친근감과 신뢰만 형성되면 어떤 메시지도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선호하고 있다[17].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광고인 “또 하나의 가족”캠페인은 찰흙과 점성이 있는 소재로 인형을 만들고, 인형 형태를 조금씩 변형해 가면서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Figure 12는 만화가 Paul Frank의 입 큰 원숭이 캐릭터 ‘줄리어스’가 프린트된 파자마를 입은 바비 인형이다.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교 저학년층을 겨냥한 아이템으로 디자이너 브랜드와 패션인형과의 콜레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와 브랜드간의 전략적 제휴는 물론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대 패션쇼에 나타나는 인형과 인형이미지의 연출 유형과 내적 의미

1. 현대 패션쇼에 나타나는 인형과 인형이미지의 연출 유형

현대 패션에서 인형 이미지는 마네킹을 비롯한 실물인형을 도입한 무대 연출과 인형이미지를 표현한 패션 모델로 나타나고 있다.

1) 실물 인형을 도입한 무대 연출

현대 패션쇼에서 마네킹을 포함한 인형은 무대 연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작품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도구로서 나타나고 있다.

Figure 13에서 John Galliano의 패션쇼장 벽면을 채운 컬러플한 옷차림의 인형들과 마치 서커스 공연을 하는 듯한 줄에 매달린 모델은 어린 시절의 동심을 회상하는 추억의 매개체 구실을 한다. Martin Margiela의 Figure 14의 꼭두각시 캣 워크는 영국의 스타일리스트 Jane How와 프랑스의 작가 Sydney Picasso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것인데, 무대 위에 2명의 남자가 등장하여 옷을 입은 마네킹 15개를 하나씩 워킹시키는 독특한 패션실험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수동적인 피조물로서 오브제화된 인간의 표본을 보여준다. Figure 15 Givenchy의 “마네킹 쇼”는 튜더 왕조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캣 워크 바닥의 뚜껑이 하나씩 열리면 모델 대신 투명한 마네킹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신선한 아이디어와 감동을 선사하였다. 빛을 이용하여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연출하는 투명한 마네킹은 채워지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들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의 존재감을 부여하며 신비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Jean Paul Gaultier의 작품 Figure 16의 캣 워크는 바닥에 깔린 셀 수 없을 정도의 무수히 많은 아기인형들을 밟고 모델이 워킹하게끔 무대장치가 되어 있어 가학적인 인간본성을 충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Figure 17에서 Jean Paul Gaultier는 하늘거리는 시폰 가운을 입은 마네킹을 공중에 매달아 런웨이를 돌게 하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실제 사람을 통해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마네킹을 통해 연출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자유자재로 조작되는 객체 및 대상으로서의 인형 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간의 상실된 자아를 암시하였다.

Figure 13.

1997 S/S John Galliano.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14.

1998 F/W Maison Martin Margiela. Reprinted from the show [25].

Figure 15.

1999-2000 F/W Givenchy, Haute Couture.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16.

2003 F/W Jean Paul Gaultier. Reprinted from the show [25].

Figure 17.

2004 F/W Jean Paul Gaultier. Reprinted from the show [25].

2) 인형 이미지를 표현한 모델 연출

실제 인형을 패션쇼 무대에 연출하는 것 외에 모델의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 마스크, 포즈 등을 통해 인형이미지를 연출한다. Figure 18은 인형이나 완구를 포장하듯이 인체모양을 자연스럽게 본 뜬 스티로폼 박스 속에 모델을 포즈 취하게 함으로써 상품화된 신체를 나타낸 Tim Walker의 작품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점점 상품화되어가는 인간 신체를 표현한 것으로 몰개성화 되어가는 인간을 상징한다. John Galliano는 어린 시절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의 옷과 모자, 가방, 신발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Figure 19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초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2001년 S/S Alexander McQueen의 쇼 Figure 20은 튜브를 통해 공기를 주입 받고 있는 가면을 쓴 나체 여인의 몸을 보여주는데, 괴기스러운 얼굴에 풍만한 몸체, 그리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수동적인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 의한 강제적인 행위로 보여진다. 그녀의 몸에 붙은 나방들은 남성으로 상징되어지는데, 이것은 Hans Bellmer의 도착적인 마네킹에서 표현되는 억압당하는 성적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Figure 21의 Jean Paul Gaultier의 작품은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힌 인형을 아무렇게나 손에 든 모델을 등장시켜 복제된 또 다른 나의 분신에 대한 사도마조히즘을 보여준다. Figure 22의 Viktor & Rolf의 쇼에서 모델들은 거대한 파이프 구조물에 장착된 텅스텐 조명등과 함께 음향 장치까지 어깨에 지고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퍼포먼스적인 쇼에서 모델은 현대 사회 속에서 부품화 객체화되고 있는 수동적인 인간신체와 상실되어 가는 자아를 상징한다. Figure 23은 인형가면을 쓴 남녀모델이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공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가면 뒤에 은폐되어 있는 자아를 가장하고 표면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연기하는 현대인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Figure 18.

Tim Walker, Couture Delivery, Italian Vogue, 1999.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20.

2001 S/S Alexander McQueen.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23.

2007 F/W Little Prince. Reprinted from Chan [3].

2. 현대 패션쇼에 나타나는 인형과 인형 이미지의 내적 의미

현대 패션쇼에 등장하고 있는 인형과 인형이미지는 다중적 자아의 대리물, 성적 욕망의 대상물, 오브제화된 피조물, 초월적 환상의 매개체라는 내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1) 다중적 자아의 대리물

패션에서 인형은 인간과의 동일시에 의해 욕망을 분출하고 인간이 가진 환상을 표면화하는 매개체[21]로서 Figures 1516에서와 같이 잠재되어 있는 자아를 반영하며 상상력을 투영시킬 수 있는 존재로서 나타난다. 인형을 주된 소재로 하는 문학에서 인형은 인물의 내면적인 자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시대의 흐름과 정신적인 관심사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인형의 이미지는 패션쇼에 등장하는 인형이나 마네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인간 형상과 가장 흡사한 인형이나 마네킹 등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인간의 정체성을 대체하거나 표출하고 있다. Figures 2123에서처럼 분신처럼 복제된 인형과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왜곡된 인형가면은 다중적 자아의 대리물로서의 인형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유사한 인형을 통한 의인화는 인간 내면에 존재해 있는 다른 자아를 반영하며 무의식 내에 잠재해있는 욕구와 이중적인 양면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대체물로서 인형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 성적 욕망의 대상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성은 광고, 사교, 오락, 유흥, 향락과 퇴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의 소모품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로 인간 신체의 형체는 중요한 대상물이 되고 있다. 특히 마네킹은 인간의 신체, 그중에서도 여성 신체의 성적인 표현의 주요 소재로서 여성 신체의 상품화를 연상시킨다[8]. Figure 18의 포장된 상자 속의 인형처럼 갇힌 여성의 신체는 성적 욕망의 대상물로서 관음증을 자극하며, 이는 성적으로 도구화한 여성의 이미지나 여성에게 가해지는 신체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인형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Figure 20에서 누드로 등장한 모델의 가학적인 제스쳐나 수동적인 행위는 성적 억압에 대한 저항과 동시에 도발적인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대상으로서 신체를 구현하고 있다.

이처럼 인형은 성적 욕망의 대상물로서 원초적인 내면에 잠재해 있는 성에 대한 도착과 억눌린 성의 욕망을 나타내는데, 이는 현대 미술에서 인형을 통해 자기신체의 대체 및 접목, 확장 현상을 나타내며 성적으로 도구화한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남성의 관음증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한다.

3) 오브제화된 피조물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로 연관되어진 인간과 인형의 위상에서 인간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인형에게 부여함으로써 인간보다 아름답게 보이게 하거나 그렇지 않게 하기도 한다[21]. 패션에서 보여지는 인형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특징으로 인해 신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변형이나 해체의 대리물로 사용되는데, Figures 14, 17, 22에서 보듯이 줄에 매달린 마네킹이나 마리오네트 인형을 패션에 접목하여 표현한 작품 등은 오브제화된 피조물로서의 인간신체를 인형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현대의 급속한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에 따른 인공장기나 인공관절 등의 개발이 인간신체의 한계를 확대하는 것 뿐 아니라 신체가 재조합되고 파편화되는 현상을 패션을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인형과 마네킹은 단지 외양에서 느껴지는 유사한 느낌 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크기와 비례하여 인간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인간과 무생물간의 괴이한 관계를 나타내며 이러한 인형의 속성은 현대 미술에서 인간신체를 대체하며 객체화된 피조물로서의 인간을 나타내는데 인형이 이용되는 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인간을 형상화한 인형이나 마네킹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패션쇼 연출은 사회조직 내에서 부품화되며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초월적 환상의 매개체

현대의 첨단테크놀로지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인조인간과 같은 사이보그를 탄생시키며 첨단기술의 새로운 문화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대 영화에서 사람과 비슷한 외양의 인형들이 가상의 공간속에서 시각적으로 다가와 현실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자연적 신체와 인공성의 결합으로 등장한 사이보그화된 신체는 인형을 통해 대리적으로 표현되며 인형에서 보이는 어두움과, 악마, 외계인과 같은 알 수 없는 정체성, 집단적인 모호한 상태의 퍼포먼스 등은 초월적인 환상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또한 Figures 1319에서 보듯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인형에 대한 추억이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캣 워크 무대와 상상 속의 판타지를 표현한 패션 등은 과거, 현재, 미래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가상의 세계 속에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심리를 드러낸다. 광고 또한 친근한 이미지의 인형을 통해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을 보여주는 대리물로서 인형을 활용하는데, 마찬가지로 환상과 이상을 심어주는 패션쇼 또한 초현실적이면서도 유희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초월적인 공간을 표현하며 현실과 비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인형을 활용한다[21].

Table 1은 현대 패션에 표현된 인형이미지의 유형과 내적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The Types of Performance and Internal Meanings of Dolls Image Expressed in Modern Fashion Show

결 론

현대 사회에서 인형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문학, 영화, 광고,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걸쳐 하나의 유행현상이 되고 있다. 패션에서도 마네킹을 포함한 인형이나 인형 이미지를 연출한 패션 모델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복제하며,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표현하는 효과적인 도구로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12].

본 연구는 현대 문화에 나타나는 다양한 인형의 양상과 의미를 토대로 패션쇼에 등장한 인형과 인형 이미지의 연출유형을 분석함으로써 패션에서 인형이미지가 가지는 내적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패션쇼에서 디자이너는 형태나 이미지를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하고 조작할 수 있는 인형의 속성을 이용하여 실제 인형을 비롯한 마네킹을 패션쇼에 등장시키거나 인형 이미지를 차용한 패션 모델을 통한 연출을 하였는데, 패션쇼에서 연출된 인형과 인형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내적 의미를 지니고있다.

첫째, 다중적 자아의 대리물로서의 인형과 인형이미지는 주로 투명마네킹과 가면, 언캐니한 무표정, 원래 얼굴을 알 수 없는 분장 같은 짙은 화장 등으로 표현되어 나타났는데, 이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자아를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인형은 쉽게 조작하거나 변형 가능한 대상으로서 신체의 성 상품화 특히 여성 신체를 관음증적 대상으로 삼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나타내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여성 신체의 성적인 표현의 주요 소재로서 실제 마네킹을 활용하거나 인형처럼 연출한 패션모델을 통해 상품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벌거벗은 풍만한 몸체, 부분적 신체의 강조, 짙은 화장의 섹시한 포즈로 연출한 인형이미지는 인간의 원초적인 내면 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성에 대한 도착과 억눌린 성의 욕망을 시사한다.

셋째, 오브제화된 피조물로서의 인형과 인형이미지는 마리오네트처럼 마네킹을 줄에 매달아 움직이게 하거나, 런웨이에 정지되어있는 마네킹을 움직이게 하고, 구체관절인형에 디자이너의 작품을 입혀 표현하는 기법을 통해 주로 나타낸다. 인체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해체하고 재조합함으로써 인간과 무생물간의 언캐니를 추구하며 대상화, 물질화 되어가는 인간신체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최근 과학과 의학의 획기적인 기술 발달로 대체가능한 신체 장기 등이 발달하면서 존재론적인 인간신체가 아닌 일종의 대리물로서 파편화되어 해체되는 신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넷째, 초월적 환상의 매개체로서 표현된 인형과 인형이미지는 어린 시절을 회상시키는 천사 모습의 인형들과 종이 인형옷 또는 모호한 가상현실에 대한 상상을 나타낸 어둠속 악마, 괴기스러운 외계인의 복장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복잡하고 물질적인 현실 세계에서 과거 동심 속에서 함께 했던 인형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유희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인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물질화되고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인간을 상징하며 초월적 환상을 공유하려는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대상으로서, 인형의 의인화를 통해 자아를 표출하며 성적 억압에 대한 저항 및 성적 욕망의 대리적 신체 표출구가 된다. 또한 신체는 개인의 사고와 지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사회에 의해 신체 이미지가 형성되고 변화하기 때문에 사회와 문화적 의미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도구가 된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이상적인 신체미에 따라 인간의 몸을 본 딴 마네킹과 모델의 이미지도 변화해 왔고 이런 면에서 마네킹을 비롯한 인형은 우리의 내적 외적 모습의 상징물로 인간신체를 대체하며 객체화할 수 있는 오브제로 역할을 한다. 이처럼 현대 패션에서 인형은 패션이미지를 연출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다양한 내적 의미를 지니며, 과학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점점 물질화, 객체화 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that they had no conflicts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ements

All of the images can be used by dissertation only for academic research purposes. Also the images are reported be approved by an author, in some image sources were unclear could not be received permission are covered images in the mosaic. After these were published, in case there happens a copyright issue, please contact auth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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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ure 1.

Elsa Schiaparelli, nude mannequin partially covered with flowers, 1937. Reprinted from Martin [16].

Figure 2.

Jean Paul Gaultier, mannequin, 1986. Reprinted from Martin [19].

Figure 8.

Mannequins from exposition, 1938. Reprinted from Martin [19].

Figure 9.

Allen Jones 「Chair (1969)」. Reprinted from Lee [15] with permission.

Figure 10.

Cindy Sherman 「Untitled 253 (1992)」. Reprinted from Lee [15] with permission.

Figure 13.

1997 S/S John Galliano.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14.

1998 F/W Maison Martin Margiela. Reprinted from the show [25].

Figure 15.

1999-2000 F/W Givenchy, Haute Couture.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16.

2003 F/W Jean Paul Gaultier. Reprinted from the show [25].

Figure 17.

2004 F/W Jean Paul Gaultier. Reprinted from the show [25].

Figure 18.

Tim Walker, Couture Delivery, Italian Vogue, 1999.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20.

2001 S/S Alexander McQueen. Reprinted from Evans [7] with permission.

Figure 23.

2007 F/W Little Prince. Reprinted from Chan [3].

Table 1.

The Types of Performance and Internal Meanings of Dolls Image Expressed in Modern Fashion Show

Types of performance Internal meanings
Stage performance adopting real dolls Substitutes of multi-ego
 •Using marionette, mannequin  •Human’s dualism
 •Artificial body substitutes  •Alter ego
 •Display for fashion show stage  •Analogus human
Model performance expressing doll image  •Lost identity
 •Packaged model’s body Object of sexual desire
 •Group performance adopting doll play  •Expression of sexual desire
 •Transformed doll makeup  •Object for voyeurism
 •Paper doll costume Objectified creature
 •Uncanny between human and non living thing
 •Passive disaggregated body
 •Satire on commodification of human
Medium of transcending fantasy
 •Returning to childlike
 •Desire for transcended being
 •Transcendence of time and 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