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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 Environ. Res > Volume 51(3); 2013 > Article
맞벌이가족의 일-가정 양립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nature of work-family compatibility in the everyday experiences of dual-earner families. By comprehensively describing how dual-earner families manage daily life, this study shows their current situations. In particular, this study overcomes the limitations of previous studies using the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s. Previous studies partially dealt with the problems of dual-earner couples, such as the role conflict of wives and husbands. However, this study broadly demonstrates how wives and husbands as independent individuals manage their lives by working together for a living. Participants were 6 males and 6 females, who lived in Gwangju metropolitan city.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analyzed using the method of Stevick-Colaizzi-Keen in Moustakas (1994). The results of this study display that dual-earner couples work for a living, but work is the driving force in their life. Family provides dual-earner couples with a stable life, but their stable life is possible by social support like the assistance of a mother-in-law. Dual-earner couples consider work and family as the essential axis of life, thus they give the same value on work and family. Even though dual-earner couples have a difficult time educating their children because of long working hours and coming home late, they positively combine work and family meeting the needs of self-improvement.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create a working environment that provides enough time for housework and childcare.

서 론

2012년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서 우리나라 가구 중 43.5%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배우가구 10가구 중 4가구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1년 전보다 0.5%에 해당하는 2만 6천 가구가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었다[33]. 연령대별로는 40대가 52.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50대가 49.8%, 30대가 41.1%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와 40대의 맞벌이 가구 수는 1년전 보다 줄었지만 50대의 맞벌이 가구는 7만 9천 가구(5.4%), 60대는 4만 3천 가구(5.5%)가 증가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자녀 학자금과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대형 마트의 점원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있다. Lee 등[28]의 연구에서도 자녀교육과 양육비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한다는 응답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여성들에서 현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통계청의 ‘2012 경력단절여성 통계’에서는 15세에서 54세의 전체 기혼여성 중 20.3%에 해당하는 197만 9천 명이 결혼, 임신·출산,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되었다[39]. 직장을 그만 둔 이유로는 결혼이 46.9%로 가장 높았으며, 육아(24.9%), 임신·출산(24.2%), 자녀교육(4.0%)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5세에서 29세의 경우에는 임신과 출산 (32.6%)이, 30대는 육아(29.0%), 40대는 자녀교육(7.0%)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직장여성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57.6%로 남성의 71.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으며,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50%대의 저조한 수치를 보여주었다[39]. 이는 여성취업으로 맞벌이가 증가하고 있지만 임시직이나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에 취업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성들이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파트타임직을 선호하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노동시장에서 가용 여성의 일이 제한되어 결국 여성들은 취업의 질이 낮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맞벌이를 하는 이유에 대해 Lee 등[28]은 어머니의 연령과 학력, 가구 소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어머니의 연령이 40대 이상인 경우와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가구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에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한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20대와 6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계층에서는 자아 실현의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제적 욕구가 맞벌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나고 있다. Kang과 Yoo [9]의 연구에서도 남녀 모두에게서 경제적 이유가 맞벌이를 하는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맞벌이에 대해 만족하는 이유도 경제적 이유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맞벌이에 대해 불만족한 이유는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답하였는데, 남성은 자녀교육과 집안 살림이 소홀한 점을 지적한 반면 여성은 일-가족 병행의 어려움과 직장 스트레스 등을 언급하고 있다.
맞벌이부부의 역할갈등에 대해 Kim과 Kim [13]은 성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여성들의 역할갈등이 남성들보다 크며, 그 이유는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부모역할을 담당 하면서 동시에 심리적 부담감과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마찬가지로 많은 선행 연구들[1, 2, 5, 10, 14, 16, 36]은 맞벌이부부의 가사와 자녀양육이 아내에게 불공평하게 분담되고 있으며 남편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맞벌이부부가 겪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아니라 아내가 겪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주로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Nho 등[34]은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것이 주어진 시간과 체력의 한계 속에서 모래주머니를 달고 일과 가정이라는 양 트랙을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Kim과 Jang [19]은 상황에 대한 자발적 각성 또는 아내의 강권으로 맞벌이 남편들의 가사노동 참여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Kang과 Yoo [9]의 연구에서도 남편들이 늦은 귀가시간 때문에 가사와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hang과 Han [1]도 맞벌이 남편들이 가사와 자녀양육 활동을 일터에서의 어떠한 활동보다도 더 즐겁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고 하였다. Han과 Kim [5]은 남편들의 양육수행 유능감이 높을수록 아버지 역할수행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맞벌이 남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적인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 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Lee [26]와 Song 등[38]은 노동권과 부모권의 관점에서 남편도 돌봄을 통한 자아실현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가사와 자녀양육 문제는 맞벌이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아내와 남편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맞벌이부부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결국 맞벌이 가구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맞벌이를 하는 이유도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취업 노동의 욕구는 자녀를 잘 양육하고 교육하고자하는 부모의 욕구와 상충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권과 부모권의 보완관계 및 양자의 최대 보장에 관한 논의와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부모 역할의 어려움은 부부의 부모권이 아닌 부부의 성별에 따른 아내와 남편의 역할 갈등 차원에서 분리되어 논의되 고 있는 실정이다. 맞벌이부부가 겪는 역할갈등이나 가사와 자녀 양육 문제도 여전히 많은 선행연구들이 아내의 불공평한 분담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연구들에서는 남편의 참여가 증가함을 보여줌으로써 남편들의 인식과 실천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아내만이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님과 더불어 아내의 생활에서만 조정이 일어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맞벌이가족이 어떻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있는지를 연구할 때,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고, 그들의 경험 속에서 복합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근거한 본 연구의 일차적인 목적은 맞벌이가족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일-가정 양립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이다. 즉 맞벌이가족에게 일-가정 양립은 무엇이며,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다. 맞벌이 아내와 남편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매일매일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기술함으로써 맞벌이가족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 방법으로 맞벌이가족의 삶을 통합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맞벌이가족의 문제를 부분적으로만 다루었던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질적 연구 패러다임에 의한 현상학적 연구를 통하여 맞벌이가족을 구성하는 남성과 여성의 일과 가정에 대한 관심과 가치, 실천의 구체적 경험을 규명하여 맞벌이가족의 노동권과 부모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지지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위와 같은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정한 연구문제는 첫째, 맞벌이부부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둘째, 맞벌이부부에게 가정이란 무엇인가? 셋째, 맞벌이부부는 어떻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있는가? 이다.

선행연구 고찰

맞벌이부부의 일-가족 양립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Shin[35]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여성문제로 규정하는 입장으로, 여성이 임금노동과 돌봄노동을 병행하면서 겪는 갈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여성의 이중부담을 덜어주고 일과 가족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젠더문제로 해석하는 입장으로, 여성의 이중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만 이중부담을 지우는 젠더규범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늘어나는 생활비 압박으로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남성들의 의식과 행동이 변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는 일-가족 양립을 노동자 가족의 문제로 보고 가족정책으로 접근하는 입장이다. 노동력 재생산 단위로서 가족이 원활히 기능하도록 물질적, 시간적 자원을 제공하는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넷째는 계급적 관점에서 일-가족 양립을 바라보는 입장이다.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무너지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이 처한 불안정성 때문에 여성의 시간제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가정 양립의 문제는 한 가지 관점으로 설명될 수 없는데, 왜냐하면 한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규범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성문제의 관점에서 실시되는 기업의 노동유연화 전략이나 가족정책으로 접근하는 가족친화 전략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현실이다[35]. 하지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고용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계급적 관점으로 일-가정 양립 문제를 설명하기에도 많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각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인데, 가령 한국 사회에 잔존해 있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더 심각한 성역할갈등을 초래하면서 일-가정 양립의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서구 사회에서는 일-가정 양립에 관한 연구가 개인행위자 중심과 역사적·구조적 접근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36]. 개인행위자 중심의 접근은 개인을 분석 단위로 하여 일과 가정의 영역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긴장과 갈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역사적·구조적 접근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가족생활과 생활방식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가정 양립에 관한 연구의 대부분이 개인행위자 중심의 접근으로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36]. Kim과 Kim [13]과 Han과 Kim [5]의 연구는 맞벌이부부의 부모역할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Kang과 Yoo [9]와 Ki와 Lee [10], Kim과 Jang [19], Yoo 등 [41]의 연구는 맞벌이부부의 가사와 자녀양육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Kim [14]와 Kim [17], Koo [23], Nho 등[34], Shon과 Choi [37]의 연구는 맞벌이부부가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겪는 역할갈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위의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은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되는 다중역할의 부담 때문에 남편보다 아내가 더 많은 갈등을 겪는다는 것이다. 특히 Shon과 Choi [37]의 연구는 직장에서 가정으로 전이되는 긴장갈등의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으나 가정에서 직장으로 전이되는 긴장갈등은 직무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직장으로 긴장갈등이 전이되지 않도록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등 갈등 상황에 대한 긍정적 대처 능력을 기르는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에서 더 나아가 갈등에서 유발되는 심리적 상황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눈에 띄고 있다. Kim[16]의 연구는 종교, 소득, 자녀양육법, 부모역할관 등 맞벌이부부의 심리적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탐색하고 있다. Chang과 Han [1]의 연구는 맞벌이 아내와 남편의 가사와 자녀양육에 대한 느낌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맞벌이 남편이 자녀양육에 높은 긍정적 느낌을 가지는 것에 반해 아내는 평균 수준의 부정적 느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Lee와 Han [27]도‘ 몰입’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맞벌이 아내와 남편이 일상 활동에서 경험하는 정서와 행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맞벌이 남편은 아내보다 자녀양육에 더 적은 시간을 소모하지만 몰입하는 비율이 높음으로써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맞벌이 아내는 남편보다 더 적은 시간을 여가활동에 사용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적어 불안함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아내는 여가활동에 몰입하는 정도가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아내의 여가시간 확보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맞벌이부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과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Yoon 등[42]은 기업의 가족친화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있으며, Kim 등[20]은 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시행 등 일-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정의는 학문별로, 학자, 혹은 연구주제에 따라 다르다. Han과 Kim [6]은 한 개인이 대인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자원을 사회적 지원이라고 정의하고 아동이 지각하는 사회적 지원에 부모지원, 교사지원, 친구지원을 포함시켰다. Kim과 Lee [21]는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회적 지원이란 타인들로부터 받는 사랑이나 인정, 정보, 물질적 도움 등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형태의 긍정적인 자원으로 정의하고, 사회적 자원의 원천을 가족, 친구, 종교단체 등 조직 외부와 조직, 상사, 동료 등 조직 내부로 구분하였다. Kim[15]과 Moon과 Min [32]과 같은 아동관련 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원으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척도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여기에는 가족, 친구, 이웃과의 대인관계적 상호작용을 통해 받는 도움이 포함된다.
Cho와 Seo [2]와 Kim [12]의 연구는 맞벌이부부의 자녀돌봄에 있어 가까운 친지나 이웃 등 사회적 지원망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Kim과 Kim [13]은 1960년대 산업화 이후 40여 년에 걸쳐 가족과 일이라는 두 영역의 접합이 한국사회의 친족체계와 어떠한 관련을 맺으며 진행되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Kim과 Kim [13]은 취업여성들이 가족 내 젠더질서를 변경하기 보다는 ‘인구센서스 상 친족관계를 넘어서서 맺어지는 친족관계’를 의미하는 수정확대가족적 재구성을 통하여 일-가족 양립전략으로 채택해 왔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점은 한국사회의 젠더질서의 강고함을 의미한다고 결론지었다.
Kim 등[22]은 지역사회형 돌봄서비스 네트워크와 같은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며 맞벌이 가구의 자녀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Kim [18]도 부모의 출퇴근 시간에 따른 탄력적 탁아시간의 제도화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방과 후 보육을 제안하는 등 맞벌이 가구의 자녀양육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Cho와 Song [3]은 학교가 여전히 전업주부인 어머니를 모델로 운영되고 있어 초등학교 이후 시기가 보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지적하며, 맞벌이 부모 모델로 전환되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Song 등[38]은 부모권 보장의 측면에서 일하는 부모의 부모역할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맞벌이부부의 일-가정 양립에 관한 선행 연구들의 대부분이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과 이러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 가능성을 탐색한 Kim 등[20]의 연구조차도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맞벌이부부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나 남편 역시 일-가정 양립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따라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며, 과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을 살펴볼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선행 연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일과 가정을 넘어 개인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맞벌이부부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즉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트랙을 오가며 힘들어하는 아내와 남편이 아니라 일하면서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주체적 개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서 맞벌이부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 방법

1. Moustakas의 심리학적 현상학

본 연구는 연구 방법으로 Moustakas [31]의 심리학적 현상학을 사용하였다. 현상학적 연구는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여러 개인들의 체험적 의미를 기술”하는 것이다[4]. 현상을 경험한 모든 개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본질을 기술하는 것이 현상학의 기본적 목적으로, 개인들이 어떠한 것을 어떻게 경험했는가를 기술하고 있다. 현상학의 여러 유형 중 해석학적 현상학과 심리학적 현상학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4]. 해석학적 현상학은 연구자의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심리학적 현상학은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기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심리학적 현상학에서는 연구 참여자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의 경험을 가두고 신선한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요구된다.
본 연구가 Moustakas [31]의 심리학적 현상학을 사용한 이유는 새로운 관점으로 맞벌이부부의 일-가정 양립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행 연구의 대부분이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과 갈등 해소에 초점을 둠으로써 맞벌이부부가 갖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삶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로서 맞벌이를 선택한 개인들이 갖는 다양한 이해와 요구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보다는 아내와 남편으로서 갖는 역할과 의무에 대한 논의만이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맞벌이부부에 대한 기존의 시각으로는 더 이상 맞벌이부부의 일-가정 양립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하면서 맞벌이부부가 경험하는 일-가정 양립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기술할 수 있기 때문에 본 연구는 Moustakas[31]의 심리학적 현상학을 연구 방법으로 사용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는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면서 초등학교 이하의 교육 기관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30, 40대 기혼남녀 12명이 참여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6명의 남성과 6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졌으며, 5쌍의 부부가 포함되었다. 연구 참여자들 모두 주5일 이상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가구당 평균소득은 300만원에서 600만 원 정도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연구자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를 선정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맞벌이 아내와 남편의 경험을 동시에 듣는 것이 자료의 공평성을 보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가능한 부부 모두가 연구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질적 연구의 의도적 표본추출 전략 중 기준 표본추출 전략(criterion sampling strategy)에 의해 선정되었다[7]. 현상학 연구의 경우, 다른 질적 연구 방법에 비해 표본추출 전략이 훨씬 더 제한적인데, 왜냐하면 모든 연구 참여자들이 필수적으로 연구될 현상을 경험하고, 그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4].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맞벌이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일·가정 양립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준에 의해 연구 참여자들이 선정되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이상으로 주5일 이상 전일제 근무를 하는 등 세 가지 기준이 사용되었다. 특히 본 연구가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여러 개인들의 체험적 의미를 기술하는 현상학적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 선정 기준으로 재택근무나 시간제, 요일제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일은 제외하고 전일제 근무로 한정하였다. 연구자는 여러 지인들을 통해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는 연구 참여자를 소개받았으며,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에 동의하고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12명이 참여 동의서에 서명한 후 연구에 참여하였다. Table 1은 연구 참여자들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3. 자료 수집

자료는 2012년 3월부터 9월까지 총 7개월 동안 심층 면접을 통해 수집되었다. 심층 면접은 1차와 2차에 걸쳐 실시되었으며, 1차에서는 구조화된 질문이, 2차에서는 반구조화된 질문이 사용되었다. 1차에서 사용된 구조화된 질문에는 결혼기간, 가족관계, 본인과 배우자의 직장과 고용형태 및 근무기간, 근로시간, 월평균소득, 직업 스트레스와 몰입 정도, 자녀의 성별과 연령, 거주 형태 등 사회인구학적 배경이 포함되었다. 또한 가사분담방식과 주요 생계부양자, 일과 가정의 중요도, 여성취업에 대한 견해, 월평균소득에 대한 평가와 희망소득,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생활비 지출상황 등 일터와 가정생활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도 포함되었다.
2차에서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하여 심층면접이 이루어 졌으며, 개인의 노동생애사와 일상적인 가정생활, 가정과 일의 의미, 자녀양육,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등의 내용이 다루어졌다. 모든 심층 면접은 연구 참여자들의 일터나 가정에서 이루어졌으며, 각각의 면접은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모든 면접 자료는 녹음되었으며, 면접이 끝난 후 바로 전사되었다. 2차 면접에서 사용 된 반구조화된 질문지는 다음과 같다.
•일터에서의 일상은 어떠합니까?
•일을 하면서 얻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입니까?
•일상적인 가정생활은 어떠합니까?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상황은 무엇이 있습니까?

4. 자료 분석

자료 분석에는 Moustakas [31]가 언급한 Stevick-Colaizzi-Keen의 방법이 사용되었다. Stevick-Colaizzi-Keen 자료 분석 방법은 먼저 연구자가 연구 중인 현상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기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연구자의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판단을 유보하고, 신선한 관점으로 연구 참여자에게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의미 있는 진술의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연구 참여자가 현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가 나타나는 진술을 찾고, 각각의 진술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면서(horizonalization) 중복되지 않는 진술들을 나열한다. 다음으로 의미 있는 진술을 의미 단위(meaning units) 혹은 주제(themes)로 묶어낸 후, 연구 참여자들이 현상에 대해 무엇을 경험하고(조직적 기술, textual description), 그 경험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구조적 기술, structural description)에 대해 기술한다. 마지막으로 현상에 대한 조직적 기술과 구조적 기술을 혼합하여 연구 참여자들이 현상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총망라함으로써 경험의 본질을 보여준다.
연구자는 이러한 자료 분석 단계에 따라 12명의 심층 면접 자료로부터 130개의 의미 있는 진술을 도출하여 의미 있는 진술의 목록을 작성하였다. 다음으로 연구자는 130개의 의미 있는 진술들을 다시 몇 개의 묶음으로 정리한 후, 최종적으로 모든 연구 참여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10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다음은 명확히 나타난 의미를 갖는‘ 의미 있는 진술’과 명확히 나타난 의미와 관련된‘ 주제군’의 2가지 예이다.

1) 의미 있는 진술의 예

첫째, 근무조건이 아침 7시 30분까지 출근을 해가지고, 저녁 7시까지가 기본 근무시간이에요. 그래서 애를 보낸 거죠.
=> 명확히 나타난 의미: 근무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없다.
둘째, 아무래도 돈이 부족하죠. 답이 안 나와요, 혼자 벌어서는. 그러니까 아끼고 살면, 솔직히 저희보다 더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는 알고는 있지만 제 능력으로는.
=> 명확히 나타난 의미: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다.
셋째, 한 달에 20도 잘 안 쓰는 것 같은데. 개인 돈으로 그것도 안 쓰고. 기껏해야 정말 가끔 화장품 떨어지면 몇 개월에 한 번씩 화장품 사는 정도고, 10만 원도 채 안 쓰는 때도 많아요.
=> 명확히 나타난 의미: 자신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넷째, 집에만 있으면 좀 사람이 아플 것 같아요. 우울증 걸리고. 제가 쟤 키우는 동안 1년 반 정도를 집에 있어봤는데, 참 우울하더라고요. 사람이 집에만 있으면 늙는 것 같고, 좀 뒤처지는 것 같고, 아플 것 같고, 정신건강에 안 좋은 것 같아요. 꼭 돈벌이를 떠나서. 돈벌이를 하면 좋죠. 돈벌이, 직업을 하면 돈, 액수를 떠나서 일을 하는 게 좀 사람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요, 여러 모로.
=> 명확히 나타난 의미: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해야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다섯째, 생산직이 아니고 관리직이기 때문에 뭐 12시 넘기는 것도 태반이었고. 또 문제가 뭐냐면요. 어린이집이 종일반이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도 하나의 회사잖아요.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퇴근시간, 출근시간이 있기 때문에 도리어 일반 제조회사보다 출근시간 더 늦고, 그러니까 문 여는 시간 빨라야 8시, 그리고 문 닫는 시간 늦어야 7시. 맞출 수가 없어요.
=> 명확히 나타난 의미: 출퇴근 시간과 어린이집 문 여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여섯째, 잠도 부족하고. 그러니까 토요일 날 같은 경우는 저런거 이렇게 한번 틀어주고 자버려요. 그래가지고 이거 끝나면 ‘끝날 때까지만 엄마 잘게’그렇게 하고,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만큼은 이제 자고. 어쩔 수 없잖아요. 어떻게 해, 나도 자야 살겠는데.
=> 명확히 나타난 의미: 쉬는 날에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육체적 피로 때문에 모자란 잠을 보충한다.

2) 주제군의 예

첫째, 생계를 위한 맞벌이: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모든 일을 직접 하고 있음.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이 제한되어 있음. 토요일까지 일을 해서 부족한 수입을 채움. 생계를 위해 남자들이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음. 부족한 근무 시간을 메우기 위해 토요일에도 근무. 사실상 주6일 근무. 가게 수익이 부진하여 지출을 최소화. 남편의 수입이 안정되면 직장을 그만 두고 싶음. 경제적 이유로 다시 직장을 다니고 있음.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음. 생계를 위해 온갖 종류의 장사를 하였음.
둘째, 일은 삶의 원동력: 경제적 이유보다 자기계발 측면에서 맞벌이를 찬성. 부인의 자기 계발과 성격상 이유로 직업 갖는 것을 찬성. 일을 하면서 활력을 얻을 수 있음.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해야만 건강한 삶을 유지. 부인이 자녀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것을 원치 않음. 정신 건강을 위해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 육아 때문에 직장에 전념할 수 없지만 일 하는 것이 더 좋음. 가사와 육아가 힘들지만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일을 좋아하기 때문. 아이보다 내 일이 우선.
연구자는 연구의 내적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와 잠정적인 해석을 자료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해석이 타당한지를 물어보는 절차인 “연구 참여자 점검(member checks)”을 실시하였다[30]. 다음으로 연구의 내적 타당도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삼각측정(triangulation)을 실시하였는데, 특히 두 사람 이상의 연구자가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하는 ‘연구자 통합’을 사용하여 연구 대상에 대한 탐색과 이해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잠정적인 결과를 동료에게 보여주고 비평을 참조하는 “동료 검증(peer debriefing)”을 실시하여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으로 인한 여러 오류를 수정하였다[29].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 도출된 10개의 주제는 ‘생계를 위해 맞벌이,’‘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을 포기,’‘자녀양육을 힘들게 하는 장시간 근무,’‘부모님의 사회적 지원,’‘해결되지 않는 자녀교육 문제,’ ‘가정보다 일이 우선,’‘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욕구,’‘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일은 삶의 원동력,’‘결혼이 가져다 준 삶의 안정’등이다. 다음은 각각의 주제별로 연구 참여자들이 현상에 대해 무엇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를 기술한 결과이다.

1. 주제 1: 생계를 위해 맞벌이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참여자 A는 급전을 카드로 융통하고 다음 달에 갚아나가는 식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토요일까지 일을 해서 부족한 수입을 채우고 있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과는 다르게 연구 참여자들은 경제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주6일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약해도 보험료나 교육비와 같은 고정비용의 지출을 줄일 수가 없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참여자 B는 말하였다. 결국 연구 참여자들은 경제적 여건이 호전될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이는 남편의 수입이 안정되면 직장을 그만 두고 싶다는 참여자 H나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아내가 직업 갖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참여자 F의 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무조건 아껴야 된다는 생각에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것에서나 자신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돈을 쓰는 것에서도 생계를 위한 맞벌이라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
참여자 A: 이 변동수입이, 내가 사치로 쓴 게 아니고, 차량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에 문제가 생겨버리면 일단 급하니까 그 돈을 카드로 먼저 쓰면 그 다음 달이 또 괜찮으면 그걸 또 메꾸면 또 다른 일이 있으니까 매달 나가는 그런 것 때문에 계 속 버겁게 되더라고요.
참여자 B: 가정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이 있어야 되니까,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왜냐 하면 일을 안 하면 가정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으니까.
참여자 E: 저는 진짜 저것 때문에 다닌 거예요. 돈 때문에 다니고 있어요, 지금.
참여자 H: 사고 싶죠. 그런데 어떻게 다 하면, 이제 나중에는 어떻게 쟤, 어떻게 키우고 지금 대출은 또 어떻게 하고. 그냥 ‘우리보다 못한 사람도 많지’그런 생각 항상 가지면서, 그래도 ‘더 잘 살아야지’하면서 아끼고, 돈이 제일 문제죠, 돈이. 솔직히 신랑이 지금도 감사한데, 더 많이 벌어오면 저 직장 안 다닐 것 같아요, 애 키우고.

2. 주제 2: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을 포기

연구 참여자들은 둘째나 셋째 아이를 원하고 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와 같은 일-가정 양립제도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이 이용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참여자 B는 일을 쉬는 동안 지급되는 육아휴직 급여와 남편의 적은 월급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H는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로 직장을 구할 수 없어서 결국 경력과 상관없이 기혼자를 채용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현재는 출산을 앞두고 있으나 회사에서 출산휴가를 사용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출산 직전까지 다닐 계획이라고 말하였다. 육아휴직을 이용했던 참여자 D의 경우에도 단지 3개월 만 육아휴직을 이용하고 결국 부모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육아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어 둘째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연구 참여자들은 매우 한시적이지만 일을 쉬는 동안 줄어드는 수입으로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자 B: 저는 못하죠. 왜냐 하면 급여가 안 나오니까. 급여가 안 나와요. 급여가 나오더라도 돈이 얼마 안 나오니까 50만 원 인가 안 나오니까, 육아휴직 같은 경우에는. 왜냐하면 제가 월급이 많고 우리 신랑이 적거든요. 신랑이 많고 내가 월급이 적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신랑이 월급이 적으니까 그걸로는 살 수 없어요. 왜냐하면 기본으로 세팅돼 있는 금액들이 있어요. 보험료 이런 거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나가야 되는 돈이 있는데 신랑 걸로는 감당이 안돼요. 그니까 오로지 출산휴가 3개월만 딱 쉬고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그것도 문제가 좀 있어요.
참여자 D: 일 년을 못 쉬었죠. 저희 집사람이 한 3개월 정도는 육아휴직을 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그리고 이제 그 이후에 좀... 저희 이제... 저기... 그때 아버님이 계셨으니까. 아버님께서 좀 돌봐주시다가, 이제 애가 좀 크고 해서 아버님이 케어 하기가 많이 힘드신 것 같아서 저희가 베이비시터를 찾았죠.

3. 주제 3: 자녀양육을 힘들게 하는 장시간 근무

연구 참여자들은 자녀양육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장시간 근무를 지적하였다. 단지 맞벌이라는 이유가 자녀양육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빠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인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였다. 출퇴근 시간과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러한 자녀양육 방식이 맞벌이부부에게는 너무나 일반적임을 참여자 E는 강조하였다. 특히 장시간 근무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후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학원이나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지라도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만 집에 있게 됨으로써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습관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자 F는 전화로 자주 자녀들의 활동을 점검하지만 통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였고, 참여자 J는 저녁 시간에 자녀들을 돌보지 못함으로써 자녀들이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참여자 H는 부모 중 하나라도 일찍 끝날 수 있으면 자녀를 수월히 키울 수 있음을 힘주어 말하였다.
참여자 E: 엄마 집으로 애들이 가 있거나, 자기들이 들어가서 살거나, 아니면 엄마가 와서 살거나, 아니면 시골에 있는 엄마한테 다 맡기거나, 애들을 안 키워요. 진짜 저만 이렇게 뼈 빠지게 키우고 있어요.
참여자 F: 수시로 전화해서 TV나 컴퓨터나 같은 게임 같은 거 이제‘ 한 30분 만 해라’아니면‘ 시간 이후에는 절대 꺼라’이렇게 말을 하지만 전화상으로 ‘알았어요, 아빠’해놓고 대부분 많이 하거든요. 뻔히 알죠.
참여자 J: 그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애들 학교 갔다 와서 밥을 먹이고, 그 이후에 너희들 공부할 거 해라, 주변 환경이 통제가 된다면 정말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리고요 지금 제가 엄마가 여기서 이렇게 있다 보니까 그 아이들하고 노는 거야. 그니까 친구들은 말 거친 아이들을 귀로 듣고 배우게 되는 것 같고 보게 되는 것 같고 이러더라고요. ‘내가 이런 거 아니면, 차라리 정말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을 하더라도 그런 일을 하고 저녁에 통제가 가능하다면 이런 일은 없겠구나’이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4. 주제 4: 부모님의 사회적 지원

연구 참여자들은 유형은 다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가사와 육아 부담을 덜고 있었다. 참여자 B는 주중에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아이를 데리고 왔으며, 참여자 F는 평소에는 아내와 번갈아 일을 해결하지만 급할 때는 장모님이 도와주신다고 하였다. 참여자 H는 1년 정도 친정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아이를 봐 주셨다고 하였다. 참여자 J는 10년 동안 친정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면서 친정어머니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여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E는 내년에 친정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시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회사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역량을 발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 참여자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원이 편치만은 않다고 하였다. 참여자 C는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음에도 형편이 나빠 금전적으로 보상을 못하고 있는 것에 매우 미안해하고 있었다. 참여자 K 역시 시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세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매우 비애스러워 하였다. 참여자 J도 10년 동안 친정어머니가 아이들 때문에 개인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너무 죄스러웠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B: 어머니는 사실은요, 주말에만 만나요. 우리가 주말에, 금요일 날 우리가 데꼬 와요. 퇴근하고 7시 정도 거기서 밥 먹고, 여기 오면 한 8시, 9시, 이 정도. 주말 보내고 다시 일요일 날 데리고 가서 일요일 저녁에 데려다 주고 와요. 주중에는 신랑이 한 번씩 가고, 수요일에 가서 애기들 한 번 보고, 무슨 일 있으면 어머니가 전화해서 애기가 아프니까 한 번 병원 데리고 가느라고 오시고.
참여자 F: 장모님이 계시기는 한데, 와이프가 아프면 제가 하고, 제가 아프면 와이프가 하고 하는데, 급할 때 SOS 청하면 장모님이 오세요. 그렇게 멀리 살지는 않으시니까, 같은 광주에 사시니까.
참여자 H: 그래갖고 돌 된 애를 떼어놓고, 울고. 그렇게 많이 울지는 않았어요.‘ 이건 다 우리 가족을 위한 거다’하면서 떼놓고 솔직히 너무 어린 애라서, 어린이집이 다 있긴 있는데, 믿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 어린 애라 가지고, 그냥 남한테 딱 맡기는 거 자체를, 좀 약간 무섭다고 해야 하나,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되나, 좀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런 시설이나 이런 데를, 그래 가지고 어쩔 수 없이 티도 안 나는 그냥 엄마한테 한 달 용돈 드리면서.

5. 주제 5: 해결되지 않는 자녀교육 문제

연구 참여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부부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돈이 아니라 자녀교육이라고 할 만큼 자녀의 장래와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 참여자들은 늦은 귀가로 저녁 시간에 자녀를 방치할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육체적 피로 때문에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등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참여자 E는 아이가 어렸을 때 세심히 챙겨주지 못하여 기본생활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한탄하였으며, 참여자 K는 퇴근 후에도 가사 때문에 아이를 돌봐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참여자 E: 그냥 지 원하는 대로 하게 하려고 했는데, 저희가 어렸을 때 적절한 케어를 못했나 봐요. 특히 애가 유치원 시기에 그냥 YMCA에 맡겨놓고, 케어를 아무것도 안했나 봐요. 하나하나 꼼꼼히 애들한테 가르쳐야 될 게 많았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예를 들면 옷을 잘 정리하는 거랄지, 신발을 잘 정리하는 거랄지.
참여자 H: 잠도 부족하고. 그러니까 토요일 날 같은 경우는 저런거 이렇게 한번 틀어주고 자버려요. 그래가지고 이거 끝나면‘ 끝날 때까지만 엄마 잘게’그렇게 하고,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만큼은 이제 자고. 어쩔 수 없잖아요. 어떻게 해, 나도 자야 살겠는데.
참여자 K: 설거지 끝나면 8시 반. 반찬을 좀 만들거나, 새로운 음식을 하면 9시. 그리고 이제 9시경에 설거지 딱 끝나면 그때부터 저는 이제 누워요. 큰애들은 괜찮은데, 막내는 알림장도 보고 책을 읽어줘야 되는데, 지금 엄두도 못 내고 좀 미안하죠. 9시에 애들 씻겨야 하는데...
연구 참여자들은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을 자녀교육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녀교육을 위해 최대한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연구 참여자들이 가지는 자녀의 장래와 교육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자녀교육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자 H: 글로벌 시대인데, 외국어는 하나쯤은 해야 되고, 나도 못했으니까. 시대가 저 때보다는 더 삭막하고 더 경쟁적 일 거 아니에요? 쟤 때는 또. 그러니까 정말 능력만 되면 유학도 보내주고 싶고, 어학연수도 보내주고 싶지만, 지금 형편으로는 약간 어렵죠. 지가 정말 뛰어나가지고, 지 능력으로 가면 모를까, 제 능력으로는 좀 어렵죠, 지금 현재는.
참여자 I: 저도 이제 이것저것 악기도 배워보고 싶고, 미술도 해 보고 싶고, 그랬는데 집에서는 그럴 기회는 전혀 없었죠. 그러니까 애한테 그런 많은 기회들을 줘보고 싶어요. 그중에 애가 딱 자기 적성에 맞고 좋은 게 있다고 하면 그쪽으로도 해 보고 싶고요.

6. 주제 6: 가정보다 일이 우선

연구 참여자들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잦은 회식을 피할 수 없으며, 회사의 주말 산행과 같은 취미활동조차 업무의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참여자 I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가정보다 일을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일에 몰두하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참여자 E는 회사에서 정치력을 넓히기 위해 회식에 참석해야 함에도 상대적으로 남편보다 육아에 더 많은 책임을 지면서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게 연구 참여자들은 가정보다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회사에서의 지위나 장기적 전망이 보장되지 않아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특히 현재의 빠듯한 경제 사정과 앞으로 지출될 교육비 때문에 정작 본인들의 노후 대책은 전혀 세우지 못한 상태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참여자 E: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그걸 못하는 거죠. 밤에 우리 남직원들하고 술도 먹어줘야 되고, 이렇게 해줘야지 영향력이 넓어지고, 점점 더 중심으로 설 수 있는데, 일만 해가지고 되겠어요? 지금은 개인 업무만 하고 있는 거지, 관계를 형성해야 되는데, 못하잖아요. 정치력을 못 쌓잖아요.
참여자 H: 저금해야죠. 저희가 지금 노후 대책이 안 되니까, 현재 대출하고, 교육비로 많이 빠져나가니까 노후 대책이 없어요. 저희도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말로‘ 오빠, 회사 그만두면 우리는 뭐할까?’왜냐하면 둘이 천상 월급쟁이에다가 어떤 전문직이 아니잖아요. 또 이제 부모님한테 기대거나 그런 형편도 아니고, 이제 저희가 해서 저희가 살아야 되는데...
참여자 I: 일이 중요하죠. 그 이유는요, 제가 지금 회사에서 직급이 과장 2년차예요. 근데 회사에서 점점 위로 올라가다보면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선배님들이나 팀장님 우리 상사들을 보게 되면 가정사는 거의 포기를 하고 대부분 그렇게 사시거든요. 제가 주변에 그런 걸 봐 오다보니까 저 역시 그렇게 되게 되고요. 이제 둘 다 소중하게 여겨서 내가 만약에 가정사에 좀 더 몰입을 하게 되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7. 주제 7: 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욕구

연구 참여자들은 장시간 근무와 늦은 귀가로 인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열정과 노력을 쏟고 있었다. 참여자 E는 일주일에 두 번 대학원을 가고 있었으며, 업무가 시작되기 전과 종료된 후의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참여자 J는 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가게 문 열기 전에 정말 배우고 싶었던 홈패션을 배우러 다니고 있었다. 참여자 F는 비번일 때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참여자 A와 참여자 C는 아내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C와 참여자 I는 시간과 돈이 있다면 운동을 하거나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참여자 B는 가사와 육아 때문에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음으로써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참여자 E 역시 미혼으로 살면서 공부하고 유학 가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였다.
참여자 B: 좀 문화센터나 이런 데 가서, 저는 뭘 배우는 걸 좋아라 하거든요. 피아노도 배우고 싶고, 내가 못 배운 것들 배우고 싶어요.
참여자 E: 출근해서 8시부터 9시까지는 공부해요, 회사 와서. 출근해서 자기계발 시간이 있어요, 8시부터 9시까지. 그런데 아무도 안 하는데, 저 혼자 해요. 그 시간에 다른 사람 다 일하는데, 저 혼자 공부해요, 당당하게. 공부하고, 9시부터 업무 시작해서 5시 30분까지 업무, 5시 30분부터 30분 공부.
참여자 F: 비번일 때는 집안 일, 청소, 설거지 할 거 있으면 하고, 빨래하고, 애들 숙제 같은 거 좀 봐주거나 챙겨주고, 그리고 남은 시간에 제 운동. 따로 운동장이나 탁구 레슨도 받고, 등산도 하고.

8. 주제 8: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

연구 참여자들은 육체적 피로와 시간 부족으로 인해 가사와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이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경우보다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참여자 B는 아이 목욕을 한 번도 시켜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이라고 하였다. 참여자 E의 경우, 빠른 출근 시간 때문에 아침 식사 준비는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있었으며, 근무하는 토요일에는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퇴근 후 장 보고 식사 준비하는 것이 벅차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F는 맞벌이하는 남편이라면 당연히 가사와 육아를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비번일 때는 가사와 육아를 전담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 상담과 같은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여자 H와 같이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경우에는 매끼 식사 준비부터 청소, 빨래 등 끊이지 않는 가사와 육아 문제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히 남편이 잦은 회식과 늦은 귀가로 힘들어하기 때문에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것에 불평도 못 하고 있었다. 따라서 참여자 B는 저렴하게 가사도우미를 이용하여 가사와 육아 부담을 덜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희망하고 있었다. 참여자 E는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와 같은 기계를 이용하여 가사 부담을 덜고 있었다.
참여자 B: 저는 그런 게 그닥, 우리 직원들 보면 YMCA나 이런데를 해 가지고 하는 거보면 얼마라더라 6만원인가 하루에 그 정도 한다더라고요. 비싸죠. 사실 내 월급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 사람들한테 내 월급 다 주는 꼴이 돼 버리니까. 그런 지원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참여자 F: 노력하죠, 도와주려고. 애들 부분에서 아마 신경을 많이 써야 될 부분에서 제일 많이 그럴 거예요. 나머지 집안 일, 청소야 뭐, 그 정도는 다 어느 정도 하니까. 맞벌이부부는 그 정도는 다 할 것 같고. 애들 부분만 잘 챙기면 고맙게 여기고, 그럴 것 같아요. 항상 그런 부분에서 걸린다고 그랬거든요.
참여자 H: 거의 99% 이상을 거의 혼자 다 하고 있는데, 힘들어요. 매끼 식사도 걱정이고, 애기 크는 거, 신체조건 같은 것도 ‘잘 먹어야지 큰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러한 것도 솔직히 걱정이고, 시간이 좀 딸려요, 일찍 와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부족한 가운데 ‘이거를 정말 어떻게 잘해 나가야 될지, 이게 잘하고 있는 건가’그런 고민 많고.

9. 주제 9: 일은 삶의 원동력

연구 참여자들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가사와 육아 부담으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근본적으로 일은 삶의 원동력으로서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면서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일을 그만 두고 싶다고 말하지만 일을 통해 얻는 긍정적 효과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엄마가 자녀양육을 위해 일을 포기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었다. 즉 자녀양육과 교육에서 드러나는 많은 허점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에서 얻는 활력과 자기계발의 기회 등 일이 지니는 긍정적 매력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녀교육 문제가 아내가 집에 있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참여자 F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참여자 H는 가사와 육아로 너무 지치고 힘들지만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참여자 J는 아이들이 커 가면서 부모보다는 친구를 찾고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므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그래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참여자 B와 참여자 K는 일을 쉬면 병이 날 것 같다고 말하였으며, 참여자 E는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데 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였다.
참여자 B: 일을 쉬고 싶지는 않아요. 아마 그렇게 되면 병날 것 같아요.
참여자 F: 그래도 본인이 또 직장 안 다니고 집에 있으면, 집에 있어도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비교해 봐가지고 좀 덜 한 것 같으면 차라리 직장 나가라. 그래서 지금 본인 의지에 따라서, 본인 의견이 직장 다니는 걸로 결론 내리고 직장 다니고 있어요.
참여자 J: 애들은 예쁜데 애들도 뭐... 애들은 어렸을 때 예쁜 거 같고, 아들들이라 보니까 벌써 친구 좋아하고. 이런 거 보니까 친구 좋아서 나가기 전까지는 애들 좋은데, 저는 제 일만 하고 싶어요. 저는 제 자신의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 관점에서 모르겠어요. 내 일 하는 게 더 좋아요, 어쨌든.

10. 주제 10: 결혼이 가져다 준 삶의 안정

연구 참여자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교육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에도 정신적, 경제적 안정을 위해 결혼은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C는 가사와 육아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아이가 있음으로써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어 오히려 좋다고 하였다. 또한 돈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가족과 여행을 다니는 등 가족과 함께 하는 것에 많은 의의를 두고 있었다. 참여자 L 는 생계를 위해 안 해 본 장사가 없다고 할 만큼 어려운 세월을 보냈으나 지금은 빚도 없고 안정적으로 가정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참여자 I는 결혼을 해야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역설적으로 안정된 삶은 일상의 지루함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참여자 E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자기 전까지 같은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고 하였으며, 참여자 F는 같은 집에서 7-8년 살다보니 환경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참여자 C: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좋아진다는 의미가 달라지기는 하는데, 애들 키우면서 같이 그런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주로 애들 크면서 재롱 같은 거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되고, 그런 부분이 애기 없을 때 느꼈던 그런 행복하고 다른 행복이니까, 그런 부분들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참여자 L: 제가 상황이 좋아서 지금 가게를 갖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계속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끌었기 때문에 된 것이지. 지금은 진짜 편해요. 빚도 없고, 어느 정도 가진 것도 있고. 소득은 많아야 내가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금도 행복해요. 일단 빚이 없는 게 너무 행복하고, 내가 좀 다른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게 너무 행복하고 그래요.
참여자 I: 결혼은 해야죠. 혼자 살게 되면 안정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일단은 둘이 같이 있어야 그 뒤에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은 이 경제적인 안정, 이런 게 좀 중요하니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논의 및 결론

1. 논 의

본 연구의 목적은 맞벌이가족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일-가정 양립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으로, 맞벌이가족에게 일-가정 양립은 무엇이며,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특히 본 연구는 주체적 개인이 어떻게 맞벌이라는 삶의 방식을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에 초점을 두었던 선행 연구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본 연구는 개인에게 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맞벌이부부로서 일과 가정을 어떻게 양립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단지 일과 가정을 오가면서 어떠한 갈등을 얼마나 겪고 있는지를 다루었던 선행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단지 맞벌이 아내와 남편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갈등이 아니라 맞벌이로 살아가는 개인이 가지는 이해와 요구에도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다음에서 논의하는 것과 같이 맞벌이가족의 노동권과 부모권을 보장해야 하는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고, 이러한 논의는 맞벌이부부의 갈등 해소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논의나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데 이르고 있다.
현상학적 접근에 의해 도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맞벌이부부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라는 첫 번째 연구 문제에서 맞벌이부부에게 일은 생계를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Warren과 Tyagi [40]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맞벌이부부는 아무리 절약해도 대출금이나 보험료, 등록금과 같은 고정비용을 줄일 수가 없기 때문에 기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것이다. 맞벌이부부의 경제적 어려움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같은 일-가정 양립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서도 드러났는데, 육아 휴직 기간에 줄어드는 수입으로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늦은 귀가와 육체적 피로 때문에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맞벌이를 한다는 것은 Kang과 Yoo [9]와 Lee 등[28]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부부에게 일은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일을 쉬고 싶다고 말하지만 맞벌이부부는 일을 통해 사회생활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정보다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곧 가정을 지키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설령 일을 안 하면 봉사활동이라도 다녀야지 집에는 못 있을 것 같다는 참여자 G의 말에서도 자기계발이나 사회생활의 강한 욕구가 드러나고 있었다. Hochschild [8]의 연구에서 여성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지루해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맞벌이부부의 일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와 열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맞벌이부부에게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Lee와 Han [27]이 주장하듯이 직장생활에서의 성공이 개인에게 성취감을 가져다 주며 잠재능력 계발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맞벌이가족의 부부에게 노동권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로서의 의미와 더불어 개인으로서 일의 의미를 확립하기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맞벌이부부에게 가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두 번째 연구 문제에서 맞벌이부부에게 가정은 안정적인 삶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I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삶이 안정되었다고 하였으며, 참여자 C는 아이가 생긴 이후 부부 간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하였다. 맞벌이부부의 안정적인 삶은 일상생활의 반복에서도 드러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가사와 육아에 보내는 시간과 순서가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주말조차도 여가와 가사, 육아에 사용되는 시간과 순서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일상의 반복에 푸념하며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등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지만 맞벌이부부의 안정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맞벌이부부는 가사와 자녀양육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에도 가정을 꾸리는 것에 매우 긍정적이며,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부부의 안정된 삶은 사회적 지원에 의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지원은 Kim과 Kim [13]의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가족이나 친구, 이웃과 같은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받는 지원으로, 맞벌이부부는 주로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지원을 통해 가사와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최소 1년에서 10년 정도까지 양가 부모님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거나 분담하는 것에 의해 맞벌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기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의 경우, 빠른 출근 시간과 늦은 퇴근 시간 때문에 적당한 보육시설을 찾을 수 없어서 부모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부모님에게 충분한 사례를 드리지 못하는 것에 매우 미안해하는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Kim [11]의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원이 남편과 아내의 역할갈등을 감소시켜 결혼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듯이 맞벌이부부의 안정된 생활에 사회적 지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맞벌이부부는 어떻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있는가? 라는 세 번째 연구 문제에서 맞벌이부부는 삶을 이루는 두 개의 축으로 일과 가정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나 일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맞벌이부부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장시간 근무와 늦은 귀가에도 대학원을 다니거나 학원을 다니는 등 무언가를 계속적으로 배우고 있으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취미생활과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잠재능력을 끊임없이 계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직장생활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개인에게 큰 성취감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안정적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가정을 지킬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맞벌이부부는 가사와 육아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에 대해 푸념을 하기보다는 가사와 육아 때문에 여가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맞벌이 아내의 여가활동 몰입이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Lee와 Han [27]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고 있다. 또한 맞벌이부부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회식 자리나 직장 동호회 모임을 심적으로 거부하고 있음에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욕구는 맞벌이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것으로 맞벌이부부 역할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즉 절대적 시간 부족 때문에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갈등이 생기고 있으며, 이것이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겪는 역할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누가 가사와 육아를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데, 남편의 장시간 근무와 늦은 귀가가 빈번한 상황에서는 아내에게 더 많은 가사와 육아 부담이 주어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Shon과 Choi [37]은 맞벌이 아내가 여러 영역에서의 기대와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과정에 많은 난관들과 부딪히면서 갈등이 커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자기계발 시간의 부족은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단순히 남편이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는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Cho와 Seo [2]이 지적하듯이 가사와 육아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근로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맞벌이부부는 삶을 이루는 두 개의 축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있으며, 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욕구가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이끌어가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 때문에 가정을 방치하거나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하는 그래서 결국은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과 가정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서 맞벌이부부의 일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시간 근무와 늦은 귀가 등 과도한 노동시간은 맞벌이부부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자녀양육과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맞벌이부부가 겪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늦은 귀가로 저녁 시간에 자녀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이로 인해 인터넷이나 TV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 맞벌이부부 간의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맞벌이 아내와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적절히 분담할지라도 자녀가 방과 후 집에 혼자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맞벌이부부는 수시로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행동을 점검하고 있으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며, 방과후 학교나 학원을 보내고 있으나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직장에 매어 있기 때문에 자녀의 학교행사에 참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주말에도 육체적 피로 때문에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Nho 등[34]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맞벌이부부는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일을 계속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따라서 Cho와 Song [3]이 주장하듯이 맞벌이 학부모 모델로 학교 운영이 전환되어야 하며, 맞벌이부부의 노동권과 부모권이 적극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맞벌이부부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에 학교행사를 마련하거나 학교의 돌봄교실 확대, 월차나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으로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등 맞벌이부부가 일하면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정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Lee와 Chin [24]이 주장하는 학교참여휴가제와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맞벌이부부의 학교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장시간 근무와 늦은 귀가 등 과도한 노동시간이 맞벌이부부의 일-가정 양립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유연근무제와 같이 직장의 근무융통성을 증진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원하는 시간에 일하면서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연근무제의 도입으로 일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양립하는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 Lee 등[25]의 연구는 근로자들의 근무유연성 확보가 일-가정 양립의 필수요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맞벌이부부가 부모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부모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맞벌이부부의 노동권과 부모권 보장을 위한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2. 결 론

본 연구는 맞벌이가족에게 일-가정 양립은 무엇이며,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현상학적 접근에 의해 기술하고 있다. 논의에서 밝혔듯이 맞벌이부부는 삶을 이루는 두 개의 축으로 일과 가정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일과 가정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두 개의 축으로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위해 포기되거나 희생될 수 없으며, 어느 하나가 없이 살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과 가정 모두 맞벌이부부가 원하는 것이며, 일과 가정이 분리되어 갈등하는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자녀교육 문제와 같이 맞벌이부부가 겪는 갈등과 어려움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지 그러한 문제 때문에 맞벌이를 그만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삶에서 일과 가정이 긍정적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통합하는 방식을 찾으려는 최근의 연구 경향[35]과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의 201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는 맞벌이 가구가 비맞벌이 가구에 비해 흑자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소비지출이 적음을 보여주고 있다. 맞벌이 가구는 비맞벌이 가구에 비해 교육비와 외식비의 지출이 컸으며, 특히 사교육과 대학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았다. 맞벌이는 해봤자 쓰는 돈이 많아 남는 게 없다는 통념과 다르게 경제적 여유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이다. 그러나 Warren과 Tyagi [40]가 지적하듯이 맞벌이 가구는 늘어난 경제 규모 때문에 부부 중 하나가 실직되었을 때 줄어든 수입으로 살기가 비맞벌이 가구에 비해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맞벌이부부로 사는 것은 개인에게 성취감이나 보람과 같이 산술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이점을 안겨주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있음이 본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맞벌이가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할 때, 맞벌이부부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강조하기 보다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시행이 시급하다. 특히 유배우가구의 거의 절반이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구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맞벌이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때 반드시 고려할 점은 경제적 자원의 확보와 더불어 부모의 긍정적 정체성의 자원이 되는 노동권은 부모권의 일차적 자원이기 때문에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동권의 확보를 위해 투입해야하는 과도한 노동시간 혹은 직장에서의 유연하지 못한 작업스케줄은 부모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지원정책은 부모권과 노동권의 양자간 상충지점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맞벌이가족의 일-가정 양립 문제를 포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부모역할갈등이나 가사분담과 같이 일-가정 양립의 일부만을 다루었던 선행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맞벌이부부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강조함으로써 맞벌이부부의 갈등과 갈등 해소에 초점을 두었던 많은 선행 연구들의 부정적 시각에 대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은 첫째, 광주광역시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자료를 수집하였다는 점이다. 일-가정 양립의 문제가 한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규범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광주광역시라는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자료인 것이다. 둘째, 연구 참여자 선정 기준을 전일제 근무로 제한하였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나 시간제, 요일제와 같이 다양한 근무 형태에서 나타나는 맞벌이부부의 일-가정 양립 문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에 제한하였다는 점이다. 중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학비나 은퇴, 건강 등의 문제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나타난 지역별, 근무유형별, 연령별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지역과 직군, 연령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후속 연구는 한국 사회 전체 맞벌이가족의 일-가정 양립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Declaration of Conflicting Interests

The authors declared that they had no conflicts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Korean Government (NRF-2011-330-C00003).

Table 1.
Participants’ socio-demographic characteristics
Participants Age
(sex)
Academic
ability
Job Position Types of
employee
Income/mo
(10,000₩)
Weekly
hours (hr)
Children
(age)
Types of
childcare
Dual-income
period (yr)
A 31 (M) University Bath business for senior citizens - Private business 150 60 Daughter (1) Nursery school 1
B 37 (F) Graduate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r reserved Employee Regular 190 40 Daughter (5)
Daughter (2)
Mother-in- law+nursery school 4
C 39 (M) University Social enterprise Employee Irregular 90 40 ditto ditto ditto
D 37 (M) Graduate Public fitness center Team leader Regular 270 40 Son (9) Community child center 10
E 38 (F) Graduate Geumho Terminal Deputy Regular 350 40 ditto ditto ditto
F 45 (M) University Firefighter Employee Regular 340 52 Son (11)
Daughter (10)
Private institute 4
G 38 (F) University YMCA Employee Regular 105 40 ditto ditto ditto
H 35 (F) University Cooperative firm of Samsung Electronics Co., Ltd. Employee Irregular 100 40 Son (6) Nursery school 6
I 37 (M) University Cooperative firm of Kia Motors Cooperation Section chief Regular 200 64 ditto ditto ditto
J 40 (F) High school Pizza store - Private business 0 70 Son (13)
Son (11)
Community child center 14
K 41 (F) University Fish store - Private business 30 50 Son (13)
Daughter (12)
Son (9)
Mother-in- law+public service 6
L 40 (M) College Fish store - Private business 300 72 ditto ditto d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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